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신의 영역 넘본 인간, 자신의 창조물에게 몰락당하다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
추악한 외모 때문에 배척당하자 복수심으로 박사의 신부까지 살해
자연 섭리 거스르는 '생명 창조'… 책임 의식 가지고 임해야 해요
거대한 몸집과 두드러진 이마, 목에 박힌 나사못, 여기저기 꿰맨 흔적이 있는 괴물. 이 무시무시한 괴물의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이에요. 1818년 영국에서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여러 번 재창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혔지요. 프랑켄슈타인은 서양의 대표적 괴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요.
현재 영화나 게임에서 이 괴물의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번 재창작되면서 사실이 다르게 전해진 결과물입니다. 원작 소설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만든 생물체를 '악마'라고 부르거나, '괴물' 또는 '피조물(被造物·만들어진 생물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The creature'라고 부르기 때문이죠.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생명에 집착하는 과학자예요. 그는 시신 여러 구를 짜 맞춰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를 탄생시키려고 애쓰지요.
◇사랑 원한 생명체, 괴물이 되다
이 대재앙 앞에서 느낀 감정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혹은 무한한 수고와 정성을 들여 빚어낸 그 한심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나는 생명 없는 육신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열망으로 거의 2년 가까운 세월을 온전히 바쳤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연구 끝에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시신 안치소에서 수집한 시신을 엮은 뒤, 전기 자극을 통해 살아 있는 존재를 만들어낸 거예요.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을 조물자라 칭하며 황홀해했지만, 그 생물체가 살아 움직이자 이내 '내가 괴물을 만들었다'며 두려움에 떨다 도망쳐 버려요.
- ▲ 그림=이병익
자신을 만든 사람마저 도망치게 만드는 추악한 외모의 괴물. 괴물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사랑을 주고받길 원했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외모만 봐도 기절하거나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어요. 괴물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숨어 살다가 한 단란한 가족을 지켜보게 되죠. 괴물은 그 가족과 어울려 살기를 소망하며 몰래 언어를 배우고 책을 읽었지만, 괴물 모습을 본 그들은 죽도록 때린 뒤 멀리 도망쳐 버려요. 괴물에게 이제 남은 건 분노와 복수의 감정뿐이에요.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 달라고?/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 달라고?
소설 '프랑켄슈타인' 앞머리에는 영국 시인 밀턴의 장편 서사시인 '실낙원'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어요. 괴물 마음속에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대한 원망이 가득해졌다는 의미지요. 괴물은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복수하려고 마음먹어요. 이를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막으려고 하자, "외롭고 불행한 나를 거부하지 않을, 나와 똑같은 결함을 지닌 반려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러요.
겁이 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의 반려자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나 박사는 끝내 괴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요. 자신이 또다시 생명체를 만들었을 때 더 큰 악행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희망이 파괴되었다는 생각에 분노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예비 신부를 살해합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을 쫓다가 병에 걸려 죽음을 맞았어요.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이 소설의 원제는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예요.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오로지 신만 소유할 수 있었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답니다.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인간은 불을 손에 넣어 요리도 하고, 금속도 제련하고, 벽돌이나 도자기도 구울 수 있었지요. 인간이 문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나 불을 인간에게 주지 않고 통제하던 제우스는 분노했고,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게 돼요.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에요.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창조한 괴물의 복수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요.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와 닮았어요.
지식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과학에는 '가치 중립성(value-neutral)'이라는 특징이 있답니다. 과학적 사실이나 기술 그 자체는 철저히 중립적인 것으로서, 도덕적 의미나 법적·사회적 가치와 무관하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과학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불행이 생기면 어떡해야 할까요?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이 책의 저자는?]
- ▲ /위키피디아
공상과학 소설의 선구자인 메리 셸리(1797~1851)는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영화로도 재창작된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입니다. 그녀는 태어난 지 11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그녀의 아버지인 정치철학자 고드윈은 둘째 딸 메리가 공부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어요. 결국 그녀는 영국의 유명 작가로 성장해 ‘로도어’ ‘최후의 인간’ 등을 남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