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면역력 높여 감기 예방… 뇌 활성 성분 많아 똑똑해져요
한반도에서 농업이 시작된 기원전 3000년쯤, 원시인들이 약간 시든 채소를 바닷물이 담긴 토기에 넣어 두면 신맛이 생기며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이것이 최초의 김치였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에는 엄청난 양의 유산균이 들어 있답니다. 더구나 김치 유산균들은 마치 요구르트 유산균처럼 장내 소화 과정에서 살아남아 대장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게다가 채소의 섬유소와 발효 과정에서 형성되는 덱스트린에는 장내 미생물을 잘 자라게 돕는 효과가 있지요.
- ▲ 저온에서 수년·수개월 발효한 묵은지는 김치에 많은 유산균·면역 영양소뿐 아니라 뇌에 좋은 가바라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해요(왼쪽). 일반 김치는 아삭아삭한 조직감과 매우면서도 청량한 맛 덕분에 밥이나 다른 반찬과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답니다(오른쪽).
김치가 면역력에 좋다는 얘기는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자주 들으셨을 거예요. 유산균이 생산하는 젖산은 몸속을 순환하는 백혈구의 하나인 T세포의 면역 기능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양념에 들어가는 마늘·양파는 항균 작용이 있을 뿐 아니라 황화합물 등 항암 물질도 함유하고 있답니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면역 증진을, 생강의 진저롤은 항균 작용을 하지요. 또한 김치에는 비타민 A·B·C도 풍부하답니다.
신선한 김치를 낮은 온도에서 오랜 기간 숙성시키면 묵은지가 되지요. 이 과정에 맛이 계속 바뀌는데, 김치에 들어 있는 여러 종류의 유산균 중 가장 번성하는 종이 발효 과정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랍니다. 막 김장한 초기에는 유산균 중 루코노스톡과 엔테로코커스가 주류를 이루다가, 발효가 잘되어 여러 가지 맛이 조화된 맛난 김치가 되면 락토바실루스라는 유산균이 번성해요. 그 후 저온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저장하면, 신맛이 강한 묵은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때는 락토바실루스 브레비스, 락토바실루스 플랜타럼 등의 유산균이 많아져요.
묵은지는 오랜 기간 저장되면서 조직감이 약해져서 더 부드럽답니다. 신맛이 강한 묵은지는 김치찌개를 해서 먹거나,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불판 위에 같이 구워 먹으면 더 맛이 있지요. 그 외에도 삼합 등 각종 남도요리에 재료로 사용되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지요.
묵은지도 김치가 가지고 있는 효능을 대부분 가지고 있어요. 독특한 사실은 묵은지에 뇌 활성에 관여하여 머리가 좋아지는 성분으로 알려진 가바(GABA) 물질이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거예요. 일반 김치 100g에는 약 7㎎의 가바가 함유되어 있는데, 묵은지에는 약 9배에 달하는 60㎎의 가바가 함유되어 있어요. 어떤 연구에 따르면 특히 전라남도에서 생산된 묵은지에 가바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니, 그 비결을 밝혀내면 가바 함량을 대폭 높인 김치를 먹고 더 똑똑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재밌는 사실은 다른 나라에도 발효 채소 음식이 있다는 거예요. 독일의 양배추로 만든 자우워크라우트, 네팔의 군드록, 일본의 쓰케모노 등이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향신료를 이용한 양념을 하고 발효시킨 형태는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서 김치가 우리나라만의 특징적인 음식이 된 것이랍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일본의 기무치도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 우리 김치와 차이가 있지요. 기무치는 일종의 겉절이와 같은 형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