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힘들었던 오늘, 유니콘·버섯에 앉아 기분 전환!
입력 : 2016.02.19 03:09
[의자 디자인]
바른 자세·휴식 등 용도에 따라 딱딱하거나 폭신하게 설계
해멘디니,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놀이·흥밋거리 되도록 만들어
디자인, 앉은 사람 마음가짐도 바꿔
여러분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의자에 앉아 있나요? 사람들은 잠잘 때와 걸어 다닐 때, 운동할 때를 빼고는 활동 대부분을 의자에 앉은 채로 하게 되지요. 정든 의자는 마치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나와 일체를 이룹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자기 의자를 자신처럼 여겼어요. 작품1 속 의자는 고흐가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에 머무는 동안 썼던 것이지요. 원래 고흐는 주변 인물을 즐겨 그렸지만, 이 그림 속에는 인물은 간데없고 파이프가 놓인 빈 의자만 등장합니다. 하지만 빈 의자만 봐도 이 의자에 앉아 있는 고흐의 모습이 충분히 상상되네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무언가 고민에 잠겨 있다가, 멍하니 벽을 보거나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붓을 들고 그림에 몰두했을 테죠. 이 의자에서 고흐가 앉아 있던 시간은 물론, 그의 체온까지도 느껴지지 않나요?
의자가 한 사람의 자화상과도 같다 보니, 의자를 고르기는 어렵고, 디자인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역대 최고 디자이너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품목이 바로 의자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의자가 한 사람의 자화상과도 같다 보니, 의자를 고르기는 어렵고, 디자인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역대 최고 디자이너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품목이 바로 의자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용도보다는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더 중요한 의자도 있어요. 단체의 지도자가 앉는 의자가 그렇지요. 하나뿐인 그 자리에 앉으려 늘 여러 사람이 경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우리는 체어맨(chairman·座長)이라고 부르지요. 역으로 의자의 디자인을 바꿨더니 사람 행동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자기 환자들이 무슨 이야기든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상담실에 누울 수도 있는 편안하고 긴 의자를 들여놓았어요. 편한 의자에 앉은 환자들은 긴장을 풀고 비밀 얘기를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고 해요.
디자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오직 기능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려면 그 안에 특별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지요. 이탈리아의 위대한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놀이와 흥미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어요. 멘디니는 자신이 디자인한 물건들이 사용하지 않을 때도 사람들 관심을 끌 수 있기를 바랐거든요. 작품2를 보세요. 여성 모습을 한 포도주병 따개랍니다. 이 여인 이름은 안나예요. 멘디니는 포도주병의 코르크 마개를 따는 기구에 여인 얼굴을 달고, 코르크를 당기는 지지대를 사람의 양팔처럼 만들었습니다. 식사 때마다 의자에 앉아 포도주를 한잔씩 곁들이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코르크 따개를 친구 부르듯 '안나'라고 부르며 사랑했고, 멘디니의 디자인은 유명해졌답니다.
멘디니가 디자인한 의자는 어땠을까요? 멘디니의 의자 중에는 다리가 없는 것도 있어요(작품3). 이 의자는 버섯처럼 생겨 자연과 어울린답니다. 정원에 두면 커다란 버섯이 있는 숲 속에 온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작품4는 유니콘 의자인데, 동물 모양으로 생겨 친근하고 귀엽게 느껴집니다. 멘디니는 동·식물을 닮은 디자인으로 사물을 더 친숙하게 만들었어요.
멘디니의 대표작인 작품5 프루스트 의자는 그림 개념을 지닌 의자예요. 사실 프루스트 의자의 형태 자체는 고전적인 고급 의자의 전형이지요. 멘디니는 의자 형태는 그대로 두고, 색칠한 천을 다양하게 입혔어요. 그랬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새로운 의자들이 탄생했지요. 옛것의 친근한 형태는 그대로 두고, 겉을 산뜻하게 여러 가지로 바꾸는 디자인을 한 것입니다. 표면에 강조점을 둔 디자인이지요.
멘디니는 디자이너로서 발전시켜 온 평생의 철학을 의자에 담았답니다. 한 사람의 의자는 그가 걸어온 과거의 흔적이자 현재 자기의 위치이고, 또 미래 모습을 예견하고 있답니다.
[디자인 감상, 이렇게 하세요]
1. 기본 용도에 맞는 디자인인지 살펴본다.
2. 어떤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이 디자인으로 사용자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본다.
3. 모양이 친숙해서 좋다면, 사람이나 동물, 식물을 닮았는지 살펴본다.
4. 특별한 의미나 상징이 있나 생각해본다.
5.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부분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