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글로벌 이슈] 대선 후보 뽑는 대의원 선정에만 여섯 달 공들여요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
美, 유권자가 직접 대통령 안 뽑고 선거권 가진 선거인단이 대신 투표
민주당·공화당 후보 뽑는 예비선거
코커스, 당원들 나서 후보 선출하고 프라이머리, 주민 투표로 직접 뽑아
최근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힐러리와 샌더스, 공화당의 트럼프와 크루즈 후보가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하지만 미국 대선 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지요. 사실 미국인 중에서도 선거제도를 완전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답니다. 이번 기회에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를 확실히 알아보도록 하지요.
◇전당대회에 주별 뜻 반영하는 예비선거가 '중앙 연방 정치인들만의 리그' 막아요
우리나라와 미국 둘 다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선거제도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바로 그런 생각이 미국 선거제도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답니다. 놀라지 마세요. 미국의 선거제도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간접선거랍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선거가 열리는 해 1월 또는 2월부터 시작해 11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열 달간의 긴 여정입니다.
- ▲ 그림=이병익
먼저 미국의 대표 정당인 민주당·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험난한 과정부터 시작돼요. 1~6월, 미국에 있는 50개 주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비선거가 각각 열려요. 예비선거에서도 대통령 후보의 이름에 기표하지만, 이때 뽑히는 건 대의원이라는 사람들이에요. 대의원들은 자기가 속한 주 유권자들의 뜻을 대변해 7월에 열리는 각 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지요. 지난 2월 아이오와·뉴햄프셔에서 열린 예비선거는 이렇게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당대회에 전해줄 대의원들을 뽑는 자리였던 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주에서 한 유권자가 민주당 예비선거에 참여하는데, 그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 샌더스와 힐러리 중 힐러리를 지지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 유권자는 자기가 지지하는 대선 후보인 힐러리에게 투표를 합니다만, 직접 힐러리를 대선 후보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그의 표가 힐러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대의원 수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만약 힐러리가 샌더스보다 득표율이 낮다면, 샌더스를 지지하는 민주당 대의원의 숫자가 더 많아지겠지요.
◇코커스·프라이머리… 예비선거제도 두 가지예요
예비선거 방식은 주별로 다른데, 전체의 약 30%에 해당되는 코커스(caucus·당 간부 회의라는 의미)와 나머지 70% 정도를 차지하는 프라이머리(Primary·주민 예비선거) 두 가지로 나뉘어요. 우선 코커스 방식은 당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단식 대표 선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각 마을에서 대표들을 뽑으면, 마을 대표들이 모여서 다시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이 다시 모여 대표를 뽑는 식으로, 최종적으로 상위 행정 구역인 주에서 대의원을 뽑아 전당대회에 내보내지요. 전당대회에서는 그 당을 대표해 나라를 대표할 대통령 후보를 고르는 셈이니, 당원들의 대표 뽑기를 거듭 반복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두 번째 예비선거 방식인 프라이머리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사용하는 공천 제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 가지 큰 차이점은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만을 사용한다는 것이죠.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해 대선 후보를 고르기 때문에 민주적인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아요.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주가 더 많은 이유죠.
언론은 50개주 예비선거 중 왜 유독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대의원 2382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아이오와 코커스로 뽑히는 민주당 대의원은 고작 44명입니다. 상당히 적은 숫자이지요. 그러나 아이오와 예비선거는 첫 공식 예비선거입니다. 아이오와주는 '무조건 다른 주들보다 일찍 코커스를 치른다'는 법을 정해 매번 전국에서 가장 먼저 경선을 열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답니다.
뉴햄프셔 주민 예비선거에 사람들의 관심을 갖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뉴햄프셔에 배정된 민주당 대의원은 32명, 공화당 대의원도 23명밖에 되지 않지만, 일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프라이머리 방식의 첫 예비선거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두고 '대선 풍향계'라고 부르며 언론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지요.
특히 오는 3월 1일은 예비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수퍼 화요일'입니다. '수퍼'라는 수식어가 붙은 까닭은 많은 주가 동시다발로 예비선거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구 규모가 큰 주가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이날 결정되는 대의원 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수퍼 화요일이 지나면 경쟁력이 약한 후보들은 대부분 사퇴하지요. 민주당·공화당 후보가 되는 과정도 이렇게 험난하답니다.
◇간접선거로 대통령 뽑아, 주정부의 자율성 보장해요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을 대신해 선거인단이 대통령 후보에 투표하는 간접선거 방식입니다. 올해 11월 8일(첫째 월요일이 지난 첫째 화요일)로 예정된 본선거일이 되면, 미국의 일반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의 이름에 기표를 합니다. 이 본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권을 가진 대리인인 선거인단이 구성됩니다. 놀라운 건 미국 50개주 중 48개주 본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모든 표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A후보가 51%, B후보가 49%를 얻어 A후보가 간신히 이겼다 해도 캘리포니아에 배정된 선거인단 55명을 모두 얻습니다.
그다음 달인 12월 선거인단 투표가 열려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지만, 미국에서는 사실상 선거인단이 확정되는 본선거일에 대통령이 결정되었다고 보지요. 언론에서 본선거 직후 대통령 당선자를 보도하는 것은 각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승자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전체 538명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합니다. 만일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한 대선 후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헌법에 따르면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상원에서 부통령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선거제도는 복잡하고 효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선거제도는 연방제에 기초한 미국 정치의 특징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미국이 처음 탄생할 무렵, 13개 주가 모여서 저마다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연방 국가를 건설했다는 것을 떠올려 보세요. 이 역사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50개의 주로 구성된 현재도 주정부의 자율성이 매우 큽니다. 미국에서 선거의 모든 권한은 주정부에 주어져 있답니다.
미국의 간접선거와 승자 독식의 원칙은 모든 유권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보면 상당히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선거제도 또한 합리성이 발휘된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한국 국적, 만 40세 이상, 국내 거주 기간 5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의 조건은 미국 국적, 나이 35세 이상, 미국 거주 기간 14년 이상이랍니다. 또,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특이한 조건이 있습니다. 이민이나 귀화 등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나중에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다 해도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인 미국이 이민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했다니 신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