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작은 어촌 마을이… 중국 내 성장 경쟁력 1위 도시로

입력 : 2016.02.15 03:08

중국의 IT 산업 중심 '선전'

요즘 스마트폰 하면 어떤 기업이 떠오르나요? 미국의 애플, 우리나라의 삼성도 있지만,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된 '화웨이'라는 중국 기업도 빼놓을 수 없지요. 최근 중국 업체들이 고품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죠. 그런데 이 화웨이의 본사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이나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가 아닌,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중국 남부 선전(深圳)에 있어요. 화웨이뿐 아니라 전기 자동차 업계에서 유명한 '비야디', 중국 대표 메신저 프로그램인 웨이신을 만든 '텅쉰'의 본사가 있는 첨단 IT 산업 도시예요. 선전에 둥지를 튼 크고 작은 기업은 약 100만여 개에 달해요.

중국 남부의 작은 어촌이었던 선전은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중국에서 잘살기로 손꼽히는 IT 산업 도시로 탈바꿈했어요.
중국 남부의 작은 어촌이었던 선전은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중국에서 잘살기로 손꼽히는 IT 산업 도시로 탈바꿈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인 화창베이 전자 상가에서 값싼 전자제품을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어 벤처 창업의 메카라고도 한답니다. /위키피디아
선전은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개발된 곳이랍니다. 사회주의였던 중국은 경제가 침체되자 1978년부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외치며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경제특구 지역을 지정하고, 외국 기업에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죠. 기업들은 중국 정부에서 약속한 여러 가지 혜택과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제품을 싸게 만들 수 있었어요. 경제특구 지역 또한 외국 기업이 세운 많은 공장 덕분에 일자리가 많아졌고요.

탄탄한 제조 환경, 몰려드는 투자금, 정부의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창업 지원책에 힘입어 선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글로벌 창업 중심지로 떠오르게 되었죠. 중국 내륙 및 홍콩 학자들로 구성된 '중국 도시경쟁력연구회'가 조사한 2015년 중국의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상하이, 홍콩에 이어 중국 내 3위를 차지하였고, 도시 성장 경쟁력에서는 중국 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선전이 첨단 IT 산업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 선전에 있는 '화창베이' 전자상가는 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의 10배쯤 되는 규모를 자랑하죠. '화창베이에 없는 것은 세계 어딜 가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해요. 다양한 전자 부품 업체가 모인 전자상가 단지가 잘 조성된 덕분에 선전에서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전자 부품을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구입할 수 있어요. 그러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샘플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빠르고 쉬워서 중국의 'IT 산업 창업 메카'가 됐답니다.

선전
선전은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전 인구 3만여 규모 작은 어촌 마을이었어요. 이후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어 2014년 기준 1000만명이 넘는 거대 도시가 됐죠. 선전의 인구 구성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여초(女超)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예요. 선전에 있는 전자 제품 업체에 여성 직원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중국 전체에서는 남아 선호사상 때문에 남성 인구가 많아 남자들이 결혼하기 힘들다는데, 선전에서는 예외적으로 반대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선전 안에서도 IT 산업 중심지라고 불리는 난산의 1인당 지역 총생산은 4만8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5797만1014원에 달한다고 해요. 홍콩을 포함해 중국 내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많다고 하니, 선전이 얼마나 경제가 발달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최근 중국은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강주아오 대교'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어요. 이 다리가 완공되면 홍콩과 연결되어 있는 선전 또한 마카오와 교류가 늘 것으로 전망돼요. 앞으로 관광도시 마카오, 세계적 금융도시 홍콩과 함께 더욱 비상하게 될 IT 도시 선전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민병권 이화외고 교사(EBS 세계지리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