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김정은 권력 유지에 주민들 3년치 식량 날아갔어요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의 실제 반응은 어떨까요? 지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1호' 주장)를 쏘아 올렸을 때만 해도 '강성대국'이 되는가보다 하고 자긍심을 가진 사람도 꽤 있었고, '이제부터는 생활이 좀 펼 수 있겠구나' 하고 위안을 삼기도 했대요. 그렇지만 비슷한 도발이 계속 되었는데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죠.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관심을 아예 두지 않는대요. 평양 시민들도 "도대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차라리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있으면 인민 생활수준이나 높였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친한 사람들끼리는 대놓고 나눈다고 해요. 지난달 핵실험에 들어간 비용이 약 1조8000억원, 이번 미사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이 약 1조원 정도였기 때문인데요. 1조원이면 북한 전체 주민의 1년치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랍니다. 그러니까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3년치의 식량이 한 번에 날아간 셈이지요.
- ▲ 지난 2010년 북한은 김정일·김정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평양 시내 한복판에서 미사일을 과시하는 열병식을 치렀어요(왼쪽). 탱크를 탄 북한 군인들이 군사훈련에 동참하고 있어요(오른쪽).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고 해요. /블룸버그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곧 대대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하는 선전을 할 것이라 합니다. 당·청년동맹 등 조직별 강연회나 회의 등을 통해 이번 미사일 발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인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는 거예요. 선전 내용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미국의 면전에 미사일을 쏘아 올림으로써 벌벌 떨게 만들었다'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김정은 장군님의 담력에 세계가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본과 남한은 사시나무 떨 듯 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치마폭에 안기려고 아우성치고 있다' 이런 식이랍니다. 중국의 경우엔 북한 신문과 방송에선 '피로써 맺은 전우'라고 보도되지만, 강연회에서는 '중국이 사회주의를 버리고 돈을 택해 제국주의자들과 결탁하고 있다'며 맹비난을 당하고 있다고 하고요.
북한에서 인민학교(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우리나라에 정착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꽤 많은 북한 주민이 북한이 세계에서 제일 강한 나라라고 착각한대요. 북한에서는 모든 언론이 통제되어 있어 외부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물론 국경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국 등 외국에 드나들며 외부의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내용이 얼마나 거짓말인지 잘 알고 있대요. 그런데 사실을 입 밖으로 내면 곧바로 끌려가니, 아는 사람들끼리만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북한은 주민들의 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왜 할까요?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만 있으면 권력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인민들이 생활고로 죽든 말든 나라와 인민을 지킨다는 말로 속셈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또 김정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을 숙청하는 공포정치, 인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실패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속셈도 큰 이유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빠르게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고, 한·미·일 정상도 추가 제재를 하기로 나섰어요.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죠. 북한이 무모한 무기 실험을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나 향상시킬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