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의학이야기] 의사의 눈 역할… 환자 몸속, 아픔까지 보아요
[발명 200주년 맞은 청진기]
200년 전에는 몸 두드려 보고 진단… 佛 라에네크, 긴 원통형 청진기 발명
환자 등에 대고 숨소리로 병 알아내… 최근 X선 등 장비 발달로 사용 줄어
여러분은 '병원' 혹은 '의사 선생님'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물건이 떠오르나요?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청진기를 떠올리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지금은 청진기보다 우리 몸 안의 상태를 훨씬 잘 알려주는 첨단 장비들이 많이 개발됐어요. 그래서 청진기가 예전처럼 진단(診斷·의사가 환자의 병 상태를 판단하는 일)에 있어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청진기는 여전히 우리 몸의 이상을 알아내는 진단 기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물건이에요. 그리고 올해는 청진기가 발명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랍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병의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진단이라고 하지요. 진단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됩니다. 먼저 환자의 말을 듣기도 하고, 또 겉으로 드러난 여러 증상들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는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기에 불충분하면 어떡하죠? 만약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 안을 직접 들여다보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 가슴 속을 직접 들여다보면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처럼 사람의 몸 안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은 의학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몸속 병 알아내는 진단법 역사
지금부터 약 2000여년 전, 고대 중국의 전설적 의사였던 편작은 사람의 몸 안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대요. 몸 안에 있는 병의 뿌리들이 다 보였던 그는 맥은 짚는 흉내만 내었다고 합니다. 편작은 장상군이라는 기이한 노인이 준 약을 먹고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정말로 몸 안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1895년 독일의 과학자였던 뢴트겐이 엑스선(X-Ray)을 개발해 처음 인체의 내부를 봤을 때부터랍니다. 엑스선은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때 가슴, 팔, 다리 등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요.
물론 해부를 해서 몸 안을 직접 볼 수도 있지요. 르네상스 시대 이후 서양에서는 해부학이 발전했고 의학에도 많은 도움이 됐답니다. 그러나 죽어 있는 사람의 몸 안 구조만 알아서는 지금 당장 배가 아프다고 구르거나 심한 기침을 하고 있는 사람이 왜 그런 증상을 보이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지요. 그래서 많은 의사가 살아 있는 사람의 몸 안 상태를 알 수 있는 진단 방법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어요.
- ▲ 그림=안병현
◇청진기 발명으로 기관지, 폐질환 자세히 밝혀져
청진기의 발명자인 르네 라에네크는 바로 이 코르비자르의 제자였답니다.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는 세계 의학의 중심지였어요. 당시 파리의 의학을 이끌던 사람들을 '파리임상의학파'라고 불렀어요. 이 의사들은 누워 있는 환자의 머리맡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개발했어요. 청진기가 그 대표적인 결과이지요. 라에네크가 처음 개발한 청진기는 원통 모양의 긴 관 모양이었어요. 이 관을 환자의 등에 대고 환자가 숨쉬는 소리를 들어서 기관지와 폐의 상태를 알아내었지요. 환자가 숨쉬는 몸속 통로의 어느 부분이 막혀 있거나 좁아져 있으면 정상과는 다른 소리가 났답니다.
라에네크는 청진기를 통해 얻게 된 많은 진단 경험을 토대로 기관지와 폐질환을 정확히 분류하고, 각각의 증상들을 아주 자세히 밝혀서 의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라에네크는 자신이 연구한 폐질환의 하나인 폐결핵에 걸려 죽었답니다. 그가 개발한 청진기로 폐질환을 진단할 수 있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첨단 진단 장비들이 발달해 사람의 감각보다는 기계에 의존하게 된 요즘에는 병원에 가도 청진기로 진찰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보통 컴퓨터 모니터에 뜬 검사 수치를 보고 몸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쩌다 환자 몸에 직접 청진기를 대고 진찰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인간적이고 푸근한 느낌을 받게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청진기가 처음 발명된 당시에는 청진기가 의사와 환자 사이에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비판받았다고 해요. 의사가 환자 몸에서 나는 소리를 귀로 직접 듣지 않고 청진기란 새로운 기구를 통해 진찰한다는 이유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