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이야기] 전생에 착한 일 500번 넘게 해 '붓다'로 환생했대요

입력 : 2016.02.03 03:11

수행자 한 사람이 나무 아래에 앉아 참선하고 있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다급하게 날아왔습니다. "저 좀 숨겨주세요, 제발." 수행자가 품에 비둘기를 숨기자 곧이어 매 한 마리가 날아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비둘기를 내놓으시오." 비둘기를 내놓으면 십중팔구 매 먹잇감이 될 게 뻔해 수행자는 내놓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매가 따졌습니다. "오호라. 당신은 지금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고 훈계하고 싶은 모양인데, 난 지금 그 비둘기를 먹지 않으면 굶어 죽을 판입니다. 당신에게는 비둘기 생명만 소중하고, 굶주린 이 매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단 말인가요?" 수행자는 난처했습니다. 살려 달라며 품으로 날아든 비둘기를 살리자니 매가 죽게 생겼고, 매를 살리려면 비둘기를 내줘야 할 판입니다. 수행자는 접시저울을 가져와서 한쪽 접시에 비둘기를 올리곤, 비둘기 무게만큼 자기 살을 베어 매에게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큰일 났습니다. 무게를 맞추려고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서 올렸지만 저울은 수평이 되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살을 베어 올렸지만 비둘기가 올라앉은 접시는 올라올 줄 몰랐지요. 결국 수행자가 칼을 던지고 제 스스로 접시 위로 올라가자 드디어 비둘기 접시와 수평이 됐습니다. "나를 그대의 먹이로 쓰시오." 매는 수행자의 말과 행동에 크게 감동해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자타카’라는 경전에는 한 수행자가 비둘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굶어 죽을 처지에 놓인 매에게 자신의 살을 대신 주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등장해요. 이 수행자는 환생해 붓다가 되었지요.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전 수행하는 신분을 가리켜 보살이라고 부른답니다.
‘자타카’라는 경전에는 한 수행자가 비둘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굶어 죽을 처지에 놓인 매에게 자신의 살을 대신 주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등장해요. 이 수행자는 환생해 붓다가 되었지요.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전 수행하는 신분을 가리켜 보살이라고 부른답니다. /위키피디아
어휴, 아무리 선행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지요? 그런데 불교의 '자타카'라는 경전에는 이와 같은 선행 이야기가 500편도 넘게 담겨 있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선행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석가모니 붓다라고 하지요. 붓다는 전생에 수행자로 살면서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도 못 할 선행을 한두 번이 아니라 500번도 넘게 했고, 그 결과 다시 태어나서 붓다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붓다가 되고자 쉬지 않고 착한 일을 하던 시절의 그를 가리켜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보살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지요? 아마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한 해의 운을 점쳐보려고 들르는 점집에서 '보살'이라는 단어가 적힌 깃발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대체로 무속인들을 보살이라고 부르니까요. 하지만 원래 보살은 석가모니 붓다가 전생에 수행하던 때의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지혜 또는 깨달음을 뜻하는 '보디(bodhi)'와, 살아 있는 자를 가리키는 '사트바(sattva)'라는 두 단어가 합쳐진 '보디사트바(보리살타)'를 줄여 보살이라고 했답니다.

붓다가 되려면 웬만큼 착한 일을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착한 일을 하고 나서 "이만큼 착하게 살았으니 이제 난 붓다가 될 거야" 하며 생색을 내서도 안 된다고 해요. 그저 묵묵히 세상의 모든 생명을 위해 착한 일을 쉬지 않고 해야 하지요. 붓다는 심지어 자기와 관계없는 비둘기와 매를 위해서 소중한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았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붓다처럼 되려고 뜻을 냈고 그를 본받아 착한 일을 하게 됐지요. 그리하여 원래 붓다를 가리키던 보살이라는 말이 나중에는 이런 불교 신자·수행자를 부르는 말이 됐답니다. 미래를 점쳐서 자신과 가족의 불행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지한 구도자, 바로 이런 사람이 보살이랍니다.

이미령·불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