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돌일까? 흙일까?… 조각품의 재료부터 보세요
입력 : 2016.01.29 03:09
[입체 작품 감상법]
사람 살갗 표현하기 좋은 돌과 흙… 부드럽게 갈거나, 거칠게 다듬으면 재질 따라 다양한 분위기 연출돼
묵직함 느낌 '양감'도 감상 포인트
그림은 평면 작품이지만, 조각은 입체 작품입니다. 따라서 감상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지요. 시대를 앞서 간 비운의 천재 조각가 권진규를 소개하면서, 조각 작품 감상법을 알려 드릴게요. 권진규(1922-1973)는 박수근·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대 미술의 3대 거장으로 불리며, 우리나라가 전쟁을 겪느라 안정된 삶을 꿈꾸기 어렵던 시절에 활동했던 예술가예요. 최근 강원도 춘천에서는 그를 기리기 위한 '권진규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고 해요.
그가 남긴 작품1 인물상을 보세요. 흙을 돌돌 길게 만 것을 쌓아서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덧붙여 얼굴 모양으로 다듬어가면서 완성한 작품이에요. 손바닥으로 다지고, 조각칼로 긁어가면서 만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흙을 어느 정도 거칠게 처리해 손의 느낌이 표면에 서려 있는 거예요. 이렇듯 작품의 재료와 예술가의 손이 어우러져 내는 표면의 감촉을 '재질감'이라고 부릅니다. 흙으로 빚은 작품은 가마에 넣어 구우면 단단해지고 습기가 스며들지 않게 돼요. 굽기 과정을 거친 흙 조각을 '테라코타'라고 하지요.
그가 남긴 작품1 인물상을 보세요. 흙을 돌돌 길게 만 것을 쌓아서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덧붙여 얼굴 모양으로 다듬어가면서 완성한 작품이에요. 손바닥으로 다지고, 조각칼로 긁어가면서 만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흙을 어느 정도 거칠게 처리해 손의 느낌이 표면에 서려 있는 거예요. 이렇듯 작품의 재료와 예술가의 손이 어우러져 내는 표면의 감촉을 '재질감'이라고 부릅니다. 흙으로 빚은 작품은 가마에 넣어 구우면 단단해지고 습기가 스며들지 않게 돼요. 굽기 과정을 거친 흙 조각을 '테라코타'라고 하지요.
같은 재료일지라도 재질감을 변화시키면 색다른 느낌을 줄 수가 있답니다. 재질감을 거칠게 하면 그 인물의 진솔한 삶이 보이는 듯하고, 매끄럽게 하면 섬세하고 고운 삶의 결을 드러낼 수가 있지요. 물론 색채가 주는 분위기도 있어요. 작품1처럼 붉은색을 띠는 인물에게서는 무언가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작품2처럼 창백한 얼굴을 보면 하얗게 멀어진 추억 속의 인물을 대하는 기분이 듭니다.
돌이나 흙처럼 인간이 오래도록 써왔던 전통적인 재료가 있는가 하면, 산업화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재료도 있습니다. 작품3을 보세요. 지용호 작가는 자동차의 타이어를 잘라서 동물을 만들었어요. 타이어는 탄력과 윤기가 좋으며 잘 휘는 데다가, 겉에는 패턴까지 있어서 나름의 특이한 재질감을 자랑하지요. 작가는 타이어를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붙여서, 뿔로 무언가에 저항하듯 버티고 있는 야생 들소의 불거진 근육들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근육의 결을 표현하기에 쫀득쫀득하게 탄력 있는 타이어의 재질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요?
재질감 못지않게 조각품에서 중요한 것은 '양감'입니다. 꽉 찬 것 같은 덩어리가 주는 묵직한 느낌을 양감이라고 하는데요. 양감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종종 헛갈리는 것으로 '부피'를 들 수 있어요. 부피는 입체물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양감과 달리 속이 그득 채워져 있지 않아도 돼요. 부피가 크다고 할 때는 재료의 무게감과 상관없이, 재료가 얼마나 넓게 펼쳐져 있는지를 보기 때문이지요.
집은 입체이긴 하지만 조각이 아닌 건물이지요. 왜 그럴까요? 집은 내부에 공간을 가지고 있어요. 바깥 재료보다 실내가 훨씬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조각이 아니랍니다. 조각품의 경우 내부는 큰 의미가 없어요. 조각에서는 덩어리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이 핵심이랍니다. 즉 일반적으로 건물은 부피가, 조각은 양감이 더 강조되어 왔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조각가나 건축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조각과 건축의 경계는 점차 좁혀지고 있답니다.
영국의 한 조각가는 건물을 부숴서 작품4 조각품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녀는 집 한 채를 골라 그 집 안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가득 부었습니다. 그리고 시멘트가 굳어질 무렵 집의 외벽과 창문을 모두 부숴 없앴지요. 사람이 살 수 있는 집 대신 거대한 기념비 같은 덩어리를 만든 셈이랍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란 단순히 주거공간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집은 가족이 함께 지낸 추억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곳이니까요.
작품1과 작품2를 감상할 수 있는 권진규 미술관의 개관 기념 전시회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답니다. 033-243-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