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군인이 쓸 '토끼 가죽·고철 구해오기'가 숙제래요

입력 : 2016.01.27 03:08

북한 초등학생의 과제

북한에서는 초등학교를 소학교라 불러요. 김정은의 지시로 지난 2014년 9월부터 1교시당 수업 시간이 5분 단축돼 40분이 됐답니다. 또 우리와 다른 점은 3교시가 끝난 뒤 20분간 체조 시간이 있다는 거예요. 북한 아이들은 가벼운 운동을 하고 5교시까지 수업을 받아요.

수업이 끝나면 뭘 하냐고요? 보통 북한 어린이들은 과외나 학원을 가는 학생이 거의 없고, 주로 예체능 과목 위주로 소조(小組·교사의 지도를 받는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수학·물리 소조처럼 공부를 도와주는 수업도 있기는 하지만, 활발하게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요. 최근에는 돈이 많은 사람이나 권력층 자녀를 대상으로 영어·피아노 불법 과외가 성행하고 있지요.

북한의 어린 학생들이 물동이를 나르고 있어요.
북한의 어린 학생들이 물동이를 나르고 있어요. 북한에서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켜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북한에서는 소학교 어린이들을 소년단에 입단시켜 조직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교육해요. 입단하는 날은 해마다 차례로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로 정해져 있어요. 소년단에 입단하면 어릴 적부터 충성 경쟁을 시킨대요. 북한의 어른들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생활 총화(북한 주민들이 업무·생활을 반성하기 위해 가지는 비판 모임)에 참여해 자신의 잘못을 밝히는 자아비판을 해요. 게다가 서로 잘못한 점을 찾아 '아침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닦는 정성 작업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 '누구는 아침에 지각했고, 누구는 생활 총화에 빠졌다'면서 상호 비판까지 한대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활 총화를 매주 가지니 김정은 일가에 충성을 다하게끔 세뇌되는 거죠.

또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라 해도 1959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이 된 '노력(勞力) 동원'에 빠질 수 없어요. 북한에서는 교육과 생산 활동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농촌 지역 소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농장에 나가 일해요. 그리고 옥수수의 모를 부식토에 넣어 키운 '강냉이 영양단지 모' 같은 것을 옮기지요. 그래서 이 강냉이 영양단지를 '학생단지'라고 부른답니다. 소학교 학생은 연간 2~4주 정도 노력 동원에 참여해야 한대요. 좀 더 나이가 많은 대학생들은 주택 건축에 동원되기도 해요. 잘 먹지도 못하는 데다가 노력 동원까지 해야 하니 북한 친구들은 참 힘들겠죠?

또 다른 빠질 수 없는 활동으로 '꼬마 계획'이 있어요. 군대나 당의 운영 자금으로 쓰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토끼 가죽·고철 등을 구해오는 과제를 내는 거예요. 어린이들이 모아온 토끼 가죽은 군인들의 귀마개·동복·장갑 등을 만들기 위해 거두어가고, 고철이나 금속은 '남녘땅을 해방할 때 쓰겠다'면서 탱크·장갑차·비행기를 제작하기 위해 군대에 헌납한다고 해요. 이 밖에 낡아서 못 쓰게 된 고무·유리·종이도 바쳐야 해요.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과제를 잘 하는지 10일마다 검열해요. 꼬마 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1년 동안 생활 총화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는 부담도 생겨요. 이러니 학생들이 자기의 본업인 공부를 제대로 하기 어렵겠죠? 탈북자 등에 따르면, 어린 학생들은 과제를 못 하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부모들은 이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해요. 꼬마 계획을 도와주기 위해 가족들이 함께 산에 올라 물건을 줍거나, 부족분을 시장에서 사서 채우기도 한대요. 북한의 소학교 학생은 약 150만명, 중학생은 약 220만명이라고 해요. 이들이 꼬마 계획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우리 돈 약 429억원에 해당하는 약 3564만달러나 된다고 하니 적지 않은 액수긴 하죠? 북한 어린이들도 맘 편히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김지영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