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 유산탐방] 두 지각판 만나는 경계에 위치… 1년에 2㎝씩 땅 갈라져요

입력 : 2016.01.14 03:08

아이슬란드 '싱벨리어 국립공원'

최근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더 추운 나라도 있어요. 아이슬란드는 북극 바로 아래 위치한 빙하와 만년설의 섬이랍니다. 아이슬란드 국토의 12%는 빙하가 차지하고 있고, 이름에 담긴 의미도 '얼음의 땅'이지요. 태고(太古·아득한 옛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독특한 자연 환경 덕분에 '신이 지구를 창조하기 전 연습 삼아 만든 땅'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아주 오래전 해저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에 30여개 활화산과 온천·간헐천(뜨거운 물, 수증기가 분출되는 온천) 260곳이 차가운 빙하와 공존해요.

지난 2014년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에서 여행객들이 눈길을 걸으며 신비로운 설원을 감상하고 있어요.
지난 2014년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에서 여행객들이 눈길을 걸으며 신비로운 설원을 감상하고 있어요.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 유적이 있어요. /Corbis 토픽이미지
아이슬란드가 이렇게 특별한 자연 환경을 갖게 된 것은 지구의 표면을 이루는 7개 지각판 중에서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늘 지진과 화산 폭발의 위험이 잠재되어 있지요. 실제로 2010년에는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해 유럽 전역에서 항공기 운항이 무려 10만여편이나 취소되는 항공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답니다.

특히 아이슬란드의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두 판이 만나는 딱 그 경계에 위치해 1년에 2㎝씩 벌어지는 거대한 틈새가 있어요. 대자연이 만들어낸 기묘하고 웅장한 광경에 여행자들은 두려움에 앞서 신비로움을 느끼게 된답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간헐천 게이시르, 거대 협곡 폭포 굴포스와 함께 골든 서클(아이슬란드 남서쪽의 멋진 자연 경관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 불리지요.

싱벨리어 국립공원
싱벨리어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곳이에요. 930년 아이슬란드에 정착한 바이킹들이 세계 최초의 의회 '알싱'을 이곳에서 창설했거든요. 의회정치가 비교적 빨리 자리 잡았다는 영국보다도 300년 이상 앞선 거예요. 당시 아이슬란드인들은 매년 2주씩 모여 법률을 만들고, 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했지요. 이때 참석자들은 잔디와 돌로 만든 칸막이에 천막으로 지붕을 치고 임시로 머물렀다고 해요. 더 놀라운 것은 알싱이 큰 지진이 났던 1789년까지 무려 900여년 가까이 지속되었다는 사실이지요. 수차례 지진으로 싱벨리어의 유적들이 대부분 땅속에 파묻히긴 했지만, 아직도 50개의 유적과 농경지 흔적이 일부 남아 있어요. 1844년 알싱은 싱벨리어에서 레이캬비크로 이전되어 현대 의회로서 재개되었고, 현재 63석으로 구성되어 계속 입법 활동 중이랍니다.

'자유인들의 공동사회'를 꿈꿨던 아이슬란드인들은 상호 동의를 이끌어내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 세대에 걸쳐 법률을 정비했어요. 또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제한했지요. 그들의 역사는 12~13세기 기록된 사가(Saga·영웅담)를 통해 유럽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답니다. 이 무용담에는 주로 정착 세대가 황량한 아이슬란드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그들의 뒷세대들이 아이슬란드 땅에서 여러 분쟁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담겼지요. 중세 영웅담에 담긴 자유로운 이상은 유럽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아이슬란드는 북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인정받게 되었어요. 싱벨리어는 국가의 영혼이 담긴 성지로 여겨졌고요. 2004년 유네스코도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아이슬란드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모든 사람이 그 상징적인 가치를 공유하도록 했답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