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주민들, 새해 첫날 김일성 초상화에 참배하러 가요

입력 : 2016.01.13 03:10

북한의 새해 풍습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지나간 해를 돌이키고 새로운 결심을 해요. 지난해 부족했던 나를 기억하고 반성하면서 올 한 해를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지요.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동해안 정동진을 찾거나 등산을 하는 사람도 많아요. 북한에서는 어떻게 새해를 맞을까요? 음력설(구정·舊正)을 쇠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1월 1일 양력설(신정·新正)을 큰 명절로 삼았어요. 통일부에 따르면 1946년 김일성이 음력설을 쇠는 풍습을 고쳐야 할 옛날 생활양식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래요. 1953년 6·25전쟁이 끝난 직후 북한은 음력설을 전혀 쇠지 않다가, 1989년부터 음력설에 윷놀이·씨름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대요. 2003년부터 김정일의 지시로 음력설에도 3일 연달아 쉬지만, 과거부터 크게 쇠던 명절은 양력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새해가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0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으로 새해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어요.
새해가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0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으로 새해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어요. /연합뉴스

새해 풍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집안의 제일 웃어른을 찾아가 떡국이나 과일 등 설음식을 나누고 여러 가지 민속놀이를 하지요. 그런데 남녀노소 새해 인사말은 "새해를 축하합니다"로 동일해요. 왜냐고요? 예전에는 북한도 남한처럼 여러 가지 말로 새해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2012년 김정은이 정권을 잡고, 2013년에 북한에서 헌법보다 더 중요한 규범인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개정하면서 남한처럼 서로 여러 가지 덕담을 하다가는 자칫 단속에 걸릴 수 있게 됐거든요. 이 원칙은 파벌 형성 같은 권력 위협 요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된 것도 이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었어요.

우리한테는 볼 수 없는 신기한 풍조가 하나 더 있답니다. 새해가 되면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전역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 또는 영정사진을 그림으로 그린 '태양상'을 찾아가요.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바치고 묵념을 하기 위해서예요. 이 참배 행사는 가장 중요한 새해맞이 행사라고 말할 수 있죠. 올해도 정초 0시를 기해 어김없이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이란 곳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이 북한 텔레비전에 방영됐어요. 북한 주민들은 새해 첫날 참배를 마치고서야 친척이나 이웃, 친구들을 방문할 수 있지요.

명절인 만큼 북한 사람들도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겠죠? 북한 당국에서는 새해를 맞아 평양에 있는 대형음식점들을 새로 단장하고, 고급 요리인 노루불고기·타조불고기·꿩고기국수·메기탕·메기토막찜 등을 메뉴로 내놓았대요. 또 북한의 유명한 냉면집인 옥류관과 대동강 유람선인 무지개호에서는 철갑상어·자라·고기쟁반국수·신선로를 요리했다고 해요.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돌 만 하지요? 그런데 식재료가 되는 수많은 노루와 꿩은 어디서 잡는 걸까요? 북한에는 황해북도 린산군(인산군) 석련리를 비롯해 김정은 일가만 사용하는 사냥터가 있어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고위층은 사냥을 좋아해 첫눈이 오면 무조건 노루·꿩 사냥을 즐긴다고 해요. 이렇게 잡은 노루와 꿩을 보관하고 있다가 1월 1일(신정), 2월 16일(김정일의 생일), 4월 15일(김일성의 생일) 명절에 평양식당에 선물로 공급한다고 하니 얼마나 사냥을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식당에 공급할 양이 적을 때는 청와대 경호원에 해당하는 호위국 병사들을 동원해서 사냥하기도 한대요. 그런데 이런 음식도 식당예비표가 있는 1%의 평양 사람들만 먹을 수 있고, 지방에 살거나 식당예비표가 없는 경우 꿈도 꾸지 못해요. 하루빨리 북한 주민들도 새해에 자유롭게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지영·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