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이야기] '베이비 박스' '아프리카 봉사'… 누구나 사랑받을 권리 있기에

입력 : 2016.01.06 03:09

기독교의 박애 정신

사회적 안전장치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우리 주변의 약자들을 보면 누구나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 들 거예요. 기독교에서도 약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열심이지요. 오늘은 이 중 특색 있는 '베이비 박스'와 '아프리카 구호 활동'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 활동의 배경에 깔려 있는 '박애 정신'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 해요.

서울 관악구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baby box·아기 상자)'는 미혼모나 아기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부모들이 자신의 아기를 맡기는 장소예요. 이 베이비 박스는 한 교회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분분해요. 관악구는 매년 교회에 베이비 박스 관련 시설을 폐기하라고 주문하면서, 교회가 영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 없는 부모들이 영아를 버리도록 조장한다고 주장해요. 하지만 이 교회는 "베이비 박스가 없었다면 많은 아기가 버림받아 죽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지요. 심지어 아직 탯줄이 달린 갓난아이나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도 베이비 박스에 들어오기 때문이지요. 또한 이 교회는 "국가가 할 일을 교회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기·미혼모를 살리는 베이비 박스를 계속 운영해 나가겠다고 해요.

베이비 박스를 설치한 이종락 목사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기들을 구하기 위해선 베이비 박스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베이비 박스를 설치한 이종락 목사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기들을 구하기 위해선 베이비 박스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태경 기자
저 지구 반대편, 우리와 피부 색깔이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 형편을 도와주고 있는 교회도 있어요. 비가 내리지 않아 쩍쩍 갈라진 땅에 우물을 파주고, 몇 날 며칠을 먹지 못해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입에 먹을 것을 넣어 주지요. 또 간단한 의료품도 없어 가벼운 병에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의사를 파견하고, 아프리카에 교육의 희망을 심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선생님이 되어 주기도 해요. 물론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굳이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까지 가서 남의 나라를 도와야 하나요?"하고 묻지요.

왜 기독교에서는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은 기독교의 박애 정신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박애 정신이란 민족·국가를 넘어서 지구 상에 존재하는 온 인류를 향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랍니다. 심지어 전쟁 중에 잡힌 적군의 포로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포함되지요. 사람을 목적이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사랑해줘야 할 대상으로 대하기 때문이에요.

기독교의 박애 정신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시작되었답니다. 당시 로마 위정자들의 폭압적인 정치나 착취 때문에 가난해졌거나 소외된 약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성령강림절에 세워진 첫 번째 교회인 '예루살렘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무렵, 예수의 제자 사도들은 박애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사회적 약자인 고아와 과부들에게 빵·생선 등 먹을 것을 나누어줬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갈라디아서(書)에 따르면, 당시 바울이라는 사도가 예루살렘 교회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기억할 것을 부탁받았는데, "이미 항상 해 오던 일"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박애 정신으로 목숨까지 내어 준 예수님을 모범 삼아서 봉사활동과 선교를 함께 하는 것이죠.

"인자(예수님)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남의 죄를 대신하여 벌을 받거나 속죄함)로 주려 함이니라." 봉사활동과 관련해 예수님이 남기신 말씀이에요. 사회의 그늘진 곳을 하나님의 빛으로 밝히려는 기독교의 박애 정신, 이해가 잘 됐나요?

곽상학 온누리교회 교육 목사·경인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