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추운 곳에 사는 솔… 뜨거워진 우리나라서 살 수가 없어요
입력 : 2016.01.04 03:08
멸종 위기의 한국 소나무
늘 푸른 나무인 솔(모든 소나뭇과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은 영목(靈木·신령이 깃들어 있는 나무) 대접을 받아왔어요.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았어요. 말린 솔가지로는 불을 지펴 밥을 짓고 방을 덥혔지요. 밤이면 솔의 진액(송진)을 호롱불 연료로 써서 책을 읽고 바느질도 했어요. 또한 잎과 꽃가루로는 떡과 술을 빚어 먹었으며, 기근이 닥치면 끼니로 삼기도 했답니다. 조선시대 극심한 기근으로 식량이 부족해질 때마다 지방 관리들은 "뒤틀린 소나무에 한해 껍질을 벗겨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줍시다" 하고 상소를 올렸고, 조정에서도 이를 허락해줬대요. 한편 선비들은 솔을 절개와 지조의 표상으로 생각했어요. 그들이 남긴 시와 그림에는 세한(歲寒·설 전후의 추위라는 뜻으로, 매우 심한 한겨울 추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솔의 기개가 잘 표현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죽어서는 솔을 베어 만든 관에서 영면했지요. 이쯤이면 솔이 우리들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 식물이었는지 알 수 있겠죠?
- ▲ 경남 하동군 섬진강 근처 적송 숲의 용비늘처럼 생긴 소나무 껍질과 용의 몸통 같은 줄기 모양(오른쪽).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이 사라진 전북 장수군 육십령 할미봉(왼쪽)은 눈이 오면 푸른 잎이 잘 보이지 않지요. /박중춘 제공
비틀며 솟구치는 듯한 줄기, 용 비늘같이 생긴 두꺼운 껍질, 내리뻗은 가지, 사철 짙푸른 솔잎, 방방이 씨를 가지런히 채운 솔방울. 모두 한반도의 독특한 생태 환경이 만든 걸작이에요. 우리한테 솔이 있다면 중국에는 송(松·소나무 송)이 있어요. 중국 5대 명산 중 산둥성의 타이산, 안후이성 황산에 자라는 송이 특히 우리 소나무인 솔과 닮았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자라는 솔만의 개성이 있지요. 사실 소나무만큼 다양한 종류가 있는 식물도 드물 거예요. 나무 껍질 색깔에 따라 적송(赤松·빨간 소나무)이라 부르는 육송(陸松·육지 소나무)과 흑송(黑松·검은 소나무·곰솔이라고도 부름)이라고 부르는 해송(海松·해안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 두 종이 자생지 환경에 따라 변이하거나 자연 교배를 하면서 다양한 소나무 친척 일가를 꾸렸어요. 적송·홍송·해송·흑송(곰솔)·미인송·금강송·왕솔·춘향목·황장목 등이지요.
우리나라의 산을 아름답게 가꾸어준 솔이 지금은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해요. 한대 식물인 솔에게 지구 온난화는 치명적인 데다, 지나친 산림 보호로 빨리 자라는 잡목 활엽수가 득세하면서 햇빛·바람을 가로챘고, 설상가상 재선충이라는 기생충까지 덮친 탓이에요. 이대로 두면 금수강산은 '잡목강산'으로 변할 게 뻔해요.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을 보호라는 미명하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워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어요. 우선 잡목으로 분류되는 빨리 자라는 활엽수를 베고 재선충을 퇴치해 솔숲을 보존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