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유산탐방] 새해 가장 먼저 맞는 섬… 800여 종 생물 사는 '자연 박물관'
입력 : 2015.12.31 03:06
키리바시의 피닉스제도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보다 먼저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 아시나요? 이는 날짜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날짜변경선이 우리나라의 동쪽에 위치한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에요. 날짜변경선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경도 180도 부근 태평양 한가운데에 세로로 표시된 가상의 선으로, 딱 떨어지는 직선이 아닌 국경에 맞춘 들쭉날쭉한 선으로 그어졌답니다. 만약 날짜변경선을 직선으로 정했다면 작은 섬 안에서도 시간은 물론 날짜까지 달라져 큰 혼란을 겪었을 거예요.
- ▲ 키리바시 피닉스제도의 보호구역은 가면부비(사진)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 800여 종이 서식하는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이에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키리바시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3000년 전이에요. 그 후 1606년 스페인의 탐험가 페드로 페르난데스 데 카이로스가 이곳의 한 섬에 처음 상륙한 이후 유럽의 식민지가 되었어요. 1892년 영국의 보호령으로 선포되고, 1916년에는 식민지로 정식 편입되었지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진적으로 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치를 하다가 1979년 영국으로부터 정식 독립했답니다.
해양과 육상 서식지를 포함하는 이 드넓은 보호구역에는 세계에서 가장 보호가 잘된 산호군과 14개의 수중 해산(海山·바다의 산)이 자리 잡고 있어요. 또한 200여 종의 산호, 500여 종의 물고기, 18종의 해양 포유류, 44종의 조류 등 동물 약 800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곳에는 상어·바다거북·돌고래·대왕조개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나폴레옹놀래기·쥐돔·마오리놀래기 등 많은 수중 동물이 모여 살아요. 새들의 먹이도 풍부해 바다제비·열대조·뱁새·군함새·제비갈매기 같은 새들도 집단 서식하고 있고요. 피닉스제도 보호구역은 천혜의 자연 박물관인 셈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섬나라가 수십 년 후에는 지도상에서 사라질지도 몰라요. 키리바시의 평균 해발고도는 2m밖에 되지 않아요. 기후변화가 계속돼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 섬은 바다에 잠길 위기에 처하게 돼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어요.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195개국 국가 수장의 만장일치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 말(교토의정서 만료시점)부터 적용될 '파리협정서'가 체결됐지요.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피닉스제도 보호구역을 지켜내기 위해선 전 세계의 노력이 필요해요. 소중한 세계 유산을 지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