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김정일 생일에 맞춰 '국제피겨대회' 열어요

입력 : 2015.12.30 03:08

북한의 겨울 스포츠

스케이트의 계절 겨울이 왔어요.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 곳곳에 값이 싼 야외 스케이트장이 문을 열었어요. 겨울에는 가족·친구와 함께 야외 스케이트장이나 실내 빙상장을 찾아 신나게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때때로 스케이트장에 가면 피겨스케이팅·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은퇴했지만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남은 김연아 선수도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거예요.

북한에도 스케이트장이 있을까요? 물론 있답니다. 모든 도시마다 있는 건 아니지만 평양빙상관이라는 아주 큰 아이스링크를 사시사철 운영하고 있어요. 일반 손님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 와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해요. 체육단 선수들이 훈련하는 시간에는 일반인들은 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대동강이나 보통강에 얼음이 얼었을 때 많은 아이가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며 즐기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 모습마저 거의 사라졌다고 해요. 대동강에서는 스케이트나 썰매를 절대 타지 못하게 단속까지 한다고 합니다.

지난 2012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백두산상 국제피겨대회 개회식(왼쪽)과 폐막식(오른쪽)에서 북한 선수들이 공연하고 있어요.
지난 2012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백두산상 국제피겨대회 개회식(왼쪽)과 폐막식(오른쪽)에서 북한 선수들이 공연하고 있어요. /AP·조선중앙통신
북한 사람들도 겨울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요.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피겨스케이팅을 북한에서는 '빙상 무용'이라고 하는데, 해마다 2월 16일 김정일 생일에 맞춰 '백두산상 국제 피겨대회'를 열어요. 이 행사는 북한 피겨 선수들은 물론 많은 다른 나라 선수까지 초청해 성대하게 치른다고 하네요. 그런데 경기보다는 외국 선수들에게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고 우상화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쓴다고 해요.

북한의 스케이팅 실력은 어떨까요? 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무대에 진출해 성과도 꽤 냈어요. 당시엔 아이스링크가 없어 여름에는 롤러스케이트로 훈련하고 초겨울만 되면 일찌감치 얼음이 꽁꽁 어는 부전호로 전지훈련을 떠났지요.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북한의 한필화 선수가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1966년 세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1992년 삿포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메달을 따냈어요. 그렇지만 지난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서 북한은 단 한 명도 스피드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어요. 실력이 퇴보한 주된 이유는 어려운 경제 사정이라고 하니 너무나 안타까워요. 북한은 선수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실내 빙상 경기장이 부족하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선발·육성하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현재 선수들은 평양빙상관에서 정해진 훈련 시간에 맞춰 운동하고 있다고 해요. 국제 경기를 나가는 종합 선수단에 들어가면 그나마 하루에 피겨 2시간, 하키 2시간, 스피드스케이팅 2시간씩 나눠서 이용할 수 있답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고 연습량도 턱없이 부족하지요.

겨울 스포츠로는 스키도 유명하지요. 산지가 많은 북한의 지형상 스키가 잘 발달해 있을 것 같지 않은가요? 북한에는 부전·낭림산맥 등 스키 타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가 꽤 많아요. 최근 마식령 스키장이 문을 열고 북한 주민들이 스키를 타는 모습이 북한 언론에 방영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북한 주민 대다수는 스키가 무슨 운동인지도 모르고, 마식령 스키장도 일반 주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위층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하키 경기를 하려고 우리나라를 찾은 북한 선수단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겠어요.

김지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