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성탄절 대표곡 '메시아', 바로크식으로 들어볼까요

입력 : 2015.12.25 03:08

[바로크 음악 세계]

할렐루야 합창 곡으로도 유명해
시대 흐름 따라 규모와 형식 바뀌어 과거엔 담백함, 현대엔 웅장함에 중점
바로크식 연주로 당시 감동 느껴봐요

크리스마스 전후로 미국의 링컨센터나 세계 각국의 교회·콘서트홀에서는 헨델의 '메시아'(1741)가 많이 들린답니다. '메시아'는 감동적인 '할렐루야' 합창으로 유명한 곡이에요. 아일랜드에 있는 필하모니 협회가 헨델에게 자선 행사에서 공연할 곡을 의뢰해 쓰였지요.

1742년 4월 아일랜드 더블린, 메시아가 처음 공연된 자선 음악회는 대성공을 거뒀어요. 헨델의 새로운 음악이 연주된다고 하자 입장권은 매진되었고 신문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이니 혼잡을 피하기 위해 현란한 복장을 삼가달라'는 기사를 냈다고 해요. 그래서 숙녀들은 부푼 스커트를 피했고 신사들은 검을 차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 후 크리스마스가 되면 전 세계 자선 연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름다운 관습이 되었어요.

독일의 성 토마스 합창단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헨델의 메시아를 부르고 있어요.
독일의 성 토마스 합창단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헨델의 메시아를 부르고 있어요. 메시아는 헨델의 대표작이자 바로크 시대 음악의 백미라고 하지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그런데 이 메시아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점점 소리가 커진 곡이라는 것, 알고 있나요? 헨델은 악기 연주자 스무 명가량과 소규모 합창단을 위한 편성으로 이 곡을 썼어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음악가·관객들이 큰 소리를 좋아하게 되었고, 1789년 모차르트는 메시아를 많은 연주자가 참여하는 규모가 큰 편성으로 편곡했어요. 일부 후대 음악가는 이를 한층 더 장엄하게 편곡하기까지 했고요. 오늘날 우리가 연주회에서 듣는 메시아는 대부분 모차르트나 다른 음악가들이 확대한 편성을 현대 악기로 연주한 것이랍니다. 엄격히 말하면, 헨델이 처음 작곡했을 때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닌 메시아와 지금 우리가 듣는 곡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반까지 연주되던 바로크 시대 음악은 현대에 연주되는 곡과 다른 점이 많아요. 다른 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음악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발전했거든요. 음악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악기도 함께 변화했지요. 옛 악기 원본이나 이들을 모방한 악기(replica)를 가지고 당시 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을 '원전 연주' '정격 연주'라고 불러요. 쉽게 말하자면 바흐의 음악을 18세기 당시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바로크 시대에는 현악기에 동물의 창자로 만든 현(위)을 사용했어요. 이렇게 만든 바로크 첼로(아래)는 소리 잔향이 적어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소리가 났대요.
바로크 시대에는 현악기에 동물의 창자로 만든 현(위)을 사용했어요. 이렇게 만든 바로크 첼로(아래)는 소리 잔향이 적어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소리가 났대요. /위키피디아
현대의 악기와 주법으로도 바흐가 남긴 악보를 연주할 수 있지만, 당시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할 때 생기는 순수한 매력과 감동은 특별해요. 18세기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주로 교회와 상류층 귀족을 위해 연주했는데, 우리는 정격 연주를 통해 그들이 즐기던 음악적 성향 또한 짐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50여 년 전부터 정격 연주를 하는 연주 단체와 전문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이 분야 전문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요.

우리 시대로부터 멀리 떨어진 옛날 악기를 현재 악기와 비교하면 많은 면이 다르답니다. 예전엔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가 건반악기로 사용되었는데,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었기에 해머가 줄을 쳐서 소리를 내는 현대의 피아노와는 상당히 다른 편안하고 생동감 있는 소리를 내지요. 지금처럼 표준 악기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하프시코드는 외향과 음색에서 나라별 문화권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해요. 독일 하프시코드는 다소 투박하고 남성적이나, 프랑스 악기는 더욱 부드럽고 우아한 소리를 내며, 이탈리아 악기는 찰랑거리는 느낌의 소리를 냈지요.

또 예전에는 현악기의 현을 철 대신 소나 양의 창자를 꼬아서 만들었어요. 동물 창자로 만든 현은 바로크 시대는 물론이고 19세기 브람스의 더블 협주곡 초연이나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초연 때도 사용되었어요. 심지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종종 쓰였다고 해요. 현재 사용되는 철로 만든 현은 20세기 초 처음 출시되었고, 많은 개량을 거쳐 현재 널리 쓰이게 된 것이랍니다.

예전엔 현악기의 울림통 역시 커다란 소리를 지향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요. 그래서 그 소리와 느낌이 무척이나 유려하고 다정다감해요. 또한 바로크 시대 첼로의 활은 지금보다 길이가 짧고 둥근 모양이었어요. 활 밑에서 단단하고 밀도 있는 소리가 나는 한편, 활 끝으로 갈수록 소리의 밀착도가 떨어져 소리가 여려지지요. 이후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활 제작자가 활 끝에서 소리가 약해지는 점을 개량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활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었고, 세세한 변화를 거쳐 현재의 활 모양이 된 것이랍니다. 짧고 둥근 활과 창자로 만든 현이 만났을 때 꺼끌꺼끌하고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창자 현이 만드는 적은 잔향과 둥근 활이 역동적 진행을 좀 더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했지요.

즉 연주법과 악기를 원전에 맞출수록, 특정 시대 음악을 더욱 정통성 있게 표현한다고 말할 수 있지요. 당시 특정한 음악적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원전 연주를 들을 때, 우리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수세기 전 독일이나 프랑스를 다녀오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현대적으로 편곡된 음악만큼이나 원전 연주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는 것이지요.

신동일 연세대 교수(음악대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