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나쁜짓 한 뒤 죄책감… 착한 마음 있기 때문이죠
입력 : 2015.12.24 03:07
['맥베스']
충성심 강한 맥베스, 왕 될 거라는 마녀 예언에 욕망 사로잡혀 반역 일으키고 왕위 오르지만 선한 마음 있었기에 후회하고 두려움도 가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권력욕 잘 표현한 수작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었어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 '맥베스'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의 대사를 생생하게 옮겨 화제가 되었지요. 어떻게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작품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일까요? 오늘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짧으면서도 강렬한 '맥베스'를 통해 인간의 욕망·두려움,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지닌 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맥베스'는 1606년 처음 공연되었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무대 공연을 염두에 두고 쓴 희곡인 만큼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하며 읽어보는 것이 좋지요.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오던 장군 맥베스와 영주 뱅코는 황량한 들판에서 세 마녀를 만나 '맥베스가 장차 왕이 되며 뱅코의 아들도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어요. 그 예언은 아름다운 꽃 아래 숨어 있는 뱀처럼 맥베스의 왕이 되고픈 욕망을 들춰내지요.
'맥베스'는 1606년 처음 공연되었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무대 공연을 염두에 두고 쓴 희곡인 만큼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하며 읽어보는 것이 좋지요.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오던 장군 맥베스와 영주 뱅코는 황량한 들판에서 세 마녀를 만나 '맥베스가 장차 왕이 되며 뱅코의 아들도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어요. 그 예언은 아름다운 꽃 아래 숨어 있는 뱀처럼 맥베스의 왕이 되고픈 욕망을 들춰내지요.
- ▲ /그림=이병익
◇완성되지 않은 욕망, 비극의 시작
충심이 가득하고 인자한 영주였던 맥베스는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들끓은 후부터 두려움을 느껴요. 아내의 부추김에 맥베스는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왕을 살해하고, 스코틀랜드의 왕이 돼요. 자, 이제 왕이 된 맥베스는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고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권력이나 욕망이란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맥베스에게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세 마녀의 유언이 남아 있어요. 바로 뱅코의 아들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지요.
맥베스: 뱅코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마치 가시처럼 살 속 깊이 박혀 있도다.(중략) 악으로 시작한 것은 악의 힘으로 강해지는 법이오.
강한 욕망의 힘에 사로잡힌 맥베스는 뱅코마저 죽이지만, 그의 아들이 도망갔기 때문에 안전한 왕위를 보장받지 못해요. 그 때문에 맥베스는 뱅코의 환영을 볼 정도로 두려움에 떨어요. 이 작품이 비극적인 이유는 맥베스가 욕망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을 여러 차례 저지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다 그 욕망을 멈추지 못하는 데 있어요. 맥베스에게는 왕위를 물려줄 자식도 없고, 뱅코의 아들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기 때문에 그의 욕망은 완성될 수 없었지요. 끝없이 나아갈 수밖에 없는 맥베스의 행동이 더없이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예요.
두려움에 떨던 맥베스는 다시 예언을 듣기 위해 세 마녀를 찾아가요. 세 마녀의 환영은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하리라' '광대한 버넌 숲이 던시네인 성까지 오지 않는다면 맥베스는 결코 정복당하지 않으리라'고 예언해요. 현실적으로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고, 뿌리내린 숲이 움직일 수 없으니 맥베스를 해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조건이 있는 이상 맥베스는 안심할 수 없어요. 조건을 충족할 수만 있다면 맥베스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두려움 속 죄를 더해 가는 맥베스, 우리와 닮아
두려움에 떠는 맥베스는 더 이상 선한 왕이 아니에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길은 계속해서 죄를 저지르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처럼 폭정을 하지요. 영주 맥더프가 불만을 품자 맥베스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해요. 끝내 맥베스에게 왕을 죽이라 부추겼던 그의 아내마저 죄책감으로 자살을 하고 말아요. 그럼에도 맥베스는 멈출 줄 모르죠. 결국 맥베스는 버넌 숲의 나뭇가지로 몸을 숨기고, 자신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하는 맥더프에게 죽음을 맞이해요. 그의 욕망과 두려움은 그제야 끝이 나고 막이 내리지요. 여러분은 맥베스가 어리석고 탐욕스러워 보이나요?
세 마녀 모두: 선한 것은 악한 것, 악한 것은 선한 것. 안개와 더러운 공기 속을 날아다니자.
판본·번역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지만, 이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세 마녀는 절대적인 선이나 악은 없다고 읊조려요.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세요. 맥베스는 악한 본성이 강조되었지만, 끊임없이 두려움에 떠는 선함도 가지고 있었어요. 두려움을 갖는 것을 왜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맥베스의 선한 부분이 자신의 죄를 인식하게 하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한 거예요. 일부 판본은 두려움(fear)과 선함(fair)이 비슷하게 발음된다고 설명한답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악한 마음과 선한 마음이 때때로 갈등을 일으켜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번역되어 읽히고 많은 독자의 공감을 사는 것이죠. 또한 문장의 함축미는 시를 능가하지요. 두려움 속에서 죄를 더해 가는 한 인간의 갈등을 잘 담은 '맥베스'를 친구들과 낭송해 보면 어떨까요?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낭만적인 희극과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한 비극을 포함해 여러 편의 희곡·시 명작을 남겼어요. '로미오와 줄리엣'(1597) 등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특히 4대 비극인 '햄릿'(1601), '오셀로'(1604), '리어왕'(1605), '맥베스'(1606)가 셰익스피어극의 절정이라고 해요. 셰익스피어는 오늘날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