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고마워♡" 한마디로 하루가 행복해져요

입력 : 2015.12.23 03:08

고마움 느끼는 좌뇌의 전전두피질 훈련하면 수명 최대 7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미국 심리학자 에먼스, '감사 일기' 쓰기 권유… 감사한 마음 습관화하면 행복 지수 올라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네요. 사람들이 새해 달력을 넘기기 전, 가장 많이 가지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바로 감사하는 마음일 거예요. 한 해 동안 부족한 나의 곁에서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누고 도와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이 누구나 있을 테니까요. 사람들은 연하장,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감사 인사를 나누지요.

감사는 '느낄 감(感)'과 '사례할 사(謝)'로 구성된 한자어예요. '느낄 감(感)'은 고마움을 느끼는 정서적 상태를 뜻해요.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줄 때 강하게 느끼지요. 둘째 한자인 '사례할 사(謝)'는 '말씀 언(言)'과 '쏠 사(射)'가 합쳐진 문자예요. 화살을 쏠 때는 누구나 신중하게 한껏 주의를 기울이지요? 감사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로 진중하게 표현해야 해요. 감사 인사를 할 때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단정한 자세로 정성을 담아서 인사하지요. 감사는 고맙다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해요.

똑같은 일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고마움을 느끼고 확실하게 감사를 표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게 왜 고마운 일인지도 잘 알아차리지 못해 배은망덕하다는 평판을 받기도 해요. 이런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사람마다 '감사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이 있어요. 우선 같은 일에 대해 더 강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껴요. 감사함을 느끼는 상황의 종류가 가족·직업·건강·삶 자체 등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지요. 사소한 일에도 "감사합니다"고 말하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자주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요.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한테 좋은 일이 일어나면, 자기가 잘나서 성공했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해요.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선물이라고 생각하지요. 특히 이들의 커다란 장점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힘든 일이나 스트레스 넘치는 상황을 겪고도, 오히려 그 경험을 성장의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거예요.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우울이나, 불안, 고독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적게 경험한다는 사실은 연구로도 증명되었다고 해요. 이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마음이 편안해 즐거운 날이 괴로운 날보다 더 많아요.

평소에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먼스 교수와 셀리그먼 교수는 감사 일기를 쓰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감사 일기란 2주 동안 일과를 돌이켜 본 뒤 감사해야 할 항목을 간단하게 적는 거예요.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 생활화되면 마음 건강도 좋아지고 대인 관계도 탄탄해진다고 해요.

실제로 가벼운 우울증 상태였던 사람들에게 매일 감사한 일을 찾도록 했더니 우울 증상이 호전되고 그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감사하는 마음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신의학적으로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긍정적인 기억을 여러 번 되새기면, 그 일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각인돼요. 이와 마찬가지로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가지면, 감사를 느끼는 뇌 회로가 활성화되고 강해지지요. 나중에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 이전에 비해 더 짧은 시간 내에 고마움을 잘 느낄 수 있지요. 더 자주, 더 빨리, 더 강하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니 더 행복한 사람이 돼요.

뇌 단면도
/위키피디아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를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준다고 해요. 감사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 대표적 연구는 켄터키대학병원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수녀(修女) 연구'예요. 스노든 박사 연구팀은 미국에 있는 7개 수녀원 수녀들의 생활 습관이나 태도를 수십 년간 관찰했고, 돌아가신 후에는 부검을 해 뇌세포의 상태를 살펴보기도 했어요. 신기하게도 감사하는 마음과 낙관적 삶의 자세를 가졌던 수녀들은 불평을 많이 하고 부정적이었던 수녀들보다 뇌세포가 덜 파괴되어 있었답니다. 또한 "감사하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쓴 수녀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볼 때 수명이 최장 7년까지 길었다고 해요.

지금 당장 수첩을 꺼내 하루 동안 고마웠던 일을 죽 적어보아요. 고마웠던 사람을 소중한 마음으로 떠올려 보세요. 미운 사람보다 고마운 사람을 더 자주 생각하고, 연락하고, 만납시다. 그게 어렵다면, 밤에 잠들기 전에 그 날 하루 감사했던 일과 고마웠던 사람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잠들어 보세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고, 두뇌 활동이 평안해질 거예요. 잠도 잘 와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때 더 개운해지고, 피곤함도 없어져요. 주변 사람과 정서적 유대가 돈독해질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지는 효과도 있답니다. 감사도 습관이에요. 이제부터라도 고마운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반복 훈련을 하는 건 어떨까요?

[뇌에서 고마운 감정 느끼는 부분은?]

고마움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부위인 왼쪽 전전두피질은 열정·활력·낙관 등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역할도 맡고 있어요. 고마움을 자주 표현하면 왼쪽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고, 긍정적 감정을 느끼기도 쉬워져요.

우종민·서울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