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이야기] 큰 사찰에 모여 엄격한 규칙 지키며 수련한답니다

입력 : 2015.12.23 03:08

스님들의 겨울방학 '동안거'

학교에서 겨울방학을 일찍 시작한 친구들은 이미 방학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거예요. 이번 겨울방학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맘껏 게임하다 늘어지게 늦잠 자기? 아니면 할아버지·할머니를 뵈러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스님들에게도 겨울방학이 있답니다. 그것도 석 달이나 되는 아주 긴 겨울방학인데, 동안거(冬安居)라고 부르지요. 안거(安居)는 편안하게 머문다는 뜻으로, 특히 동안거는 추운 겨울 석 달 동안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머무는 것이랍니다. 음력 10월 15일부터(올해 기준 양력 11월 26일)니까, 여러분의 방학보다 한 달 먼저 시작되었지요.

안거는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부터 인도에서 수행자들이 지켜온 관습이랍니다. 옛날 인도 스님들은 아늑한 집을 떠나 숲이나 산에 머물면서 수행을 했어요. 그리고 매일 아침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왔어요. 마을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내주었지요. 열심히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음식을 주면 복을 쌓는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면, 스님들도 참 힘들었을 것 같아요. 햇볕 뜨거운 날이건 큰비가 오는 날이건 쉴 틈 없이 매일 아침 숲과 마을을 오가야 했으니까요. 스님들은 규칙상 하루 한 끼만 먹기 때문에 숲에서 마을까지 오고 가는 게 힘들어도 쉴 수 없었어요. 하루 한 끼를 거르면 너무 오래 굶게 되니까요.

동안거를 맞아 큰 절에 모인 스님들이 침묵을 지킨 상태로 각자 벽을 바라보며 수행에 정진하고 있어요(사진 위). 충남 공주시 계룡산 학림사에서 동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서로 합장하고 있어요(사진 아래).
동안거를 맞아 큰 절에 모인 스님들이 침묵을 지킨 상태로 각자 벽을 바라보며 수행에 정진하고 있어요(사진 위). 충남 공주시 계룡산 학림사에서 동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서로 합장하고 있어요(사진 아래). /대한불교조계종 제공·신현종 기자
인도처럼 무더운 아열대 지역은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나뉜다는 사실, 알고 있지요? 강렬한 햇볕에 세상이 바싹 타들어가던 건기가 지나고 비가 자주 내리는 우기가 시작되면 길가의 풀들이 생기를 머금고, 곤충들도 꾸물꾸물 세상 밖으로 기어나왔지요. 그런데 우기가 되니 스님들에게 고민이 생겼어요. 매일 아침 음식과 필요한 물건을 얻으려고 마을로 내려가다 보니 풀이나 작은 곤충들을 밟아 죽이는 일이 벌어졌어요. 게다가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해 올린 물품들을 실수로 물에 떠내려 보내는 일도 걸핏하면 생겼지요. 그러자 사람들은 이렇게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스님들이 풀과 곤충들을 밟아 죽이다니! 그리고 우리가 힘들게 일해서 마련한 물건들을 아낄 줄 모르고 그냥 물에 떠내려 보내다니…. 정말 너무하시네. 왜 부처님 제자들은 다른 종교의 수행자들처럼 우기에 한곳에 머무르지 않을까." 이런 수군거림이 들려오자 부처님은 "아차!" 하고서, 즉시 스님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정했습니다. "앞으로 비가 내리는 우기 석 달 동안은 아무 때나 마을로 다니지 말고 한곳에 모여 지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안거가 시작된 유래랍니다.

안거는 인도 말로 왓사(vassa·비 또는 우기라는 뜻)라고 부르기도 해요. 왓사는 '1년' '2년' 등 연도를 셀 때나, '1세' '2세'처럼 나이를 셀 때 쓰는 단위이기도 해요. 불교에서는 안거(왓사)에 들어간 횟수를 스님들의 나이를 헤아릴 때 쓴답니다. 스님들에게는 나이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우리처럼 태어난 해부터 헤아리는 나이이고요. 다른 하나는 정식 스님이 된 해로부터 한 살씩 먹는 나이인 법랍(法臘)이에요. 법랍은 안거를 한 번 마칠 때마다 한 살씩 더해져요. 이때는 동안거가 아닌 여름 안거 즉 하안거(夏安居)를 기준으로 삼지요.

스님들은 동안거 석 달 동안 큰 절에 모여 아주 열심히 참선해요. 참선 사이사이 휴식 시간에는 서로 우정을 나누지요. 방학이 되면 학교에서 풀려나는 친구들과 달리 스님들은 오히려 엄격한 일정에 맞춰 공부하는 것, 바로 스님들의 겨울방학인 동안거 풍경이랍니다.

이미령·불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