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이야기] 의사·박사·선생님… 틀에 박힌 '꿈'만 꿀 건가요?
입력 : 2015.12.17 03:08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
직업과 직책보다 가치관을 중요시한 공자
하버드대도 교양 학문으로 가치 교육에 집중
돈과 명예만으로는 행복한 삶 만들 수 없어
평생 즐길 수 있고, 타인에게 도움돼는 일 해야
지난 2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와 아내인 프리실라 챈이 52조원 가치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99%를 기부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기부하게 된 걸까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 커플 출신인 이 부부는 딸 맥스를 낳고 "다른 모든 부모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기부를 결심했대요. 이들이 만난 장소인 하버드대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지요.
- ▲ 지난 2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프리실라 챈 부부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어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여러분은 어떤 꿈을 갖고 있나요? 의사? 소방관? 경찰관? 세계적인 축구 선수? 연예인? 모두 훌륭한 꿈이에요. 그런데 만약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그만큼의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어떡해야 할까요?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데 끼가 없으면 또 어떡하지요? 그렇다면 결국 꿈이 무너지는 걸까요? 특정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은 구체적인 만큼 우리가 그 꿈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그래서 어른들은 늘 어린이들에게 "앞으로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꿈이 뭐야?"하고 묻기도 하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래 희망으로 정한 직업을 모두가 실현하지는 못해요. 아무리 판사가 되고 싶어도 판사의 꿈을 꾸는 모든 어린이가 판사가 될 순 없어요.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더라도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실패를 걱정하여 꿈을 꾸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장래 직업보다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했던 하버드대의 가르침은 놀랍게도 2500년 전 공자가 말한 군자불기(君子不器·'군자는 한 가지 쓰임새에 맞지 않는다')와 통해요. 공자가 말하는 군자(君子)란 '참된 사람'으로 우리가 되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인물상이에요. 불기(不器)는 그릇이 아니라는 의미이니, 군자불기란 "참된 사람은 그릇이 아니다"는 말이에요. 그릇은 일정한 모양을 갖고 있고 반찬 그릇은 반찬을, 밥그릇은 밥을 담지요. 군자불기에 담긴 공자의 뜻은 그릇이라는 특정한 직업에 얽매여 삶의 의미를 잊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국회의원이 삶의 목표이자 유일한 꿈이라면 어떤 국회의원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위험이 있어요. 나쁜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국회의원이 되기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런 어린이들의 꿈과 가치관은 스스로 생각해서 떠올린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 의해 주입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축구를 너무나 좋아한다면 세계적인 프로축구 스타가 되는 꿈 대신 평생토록 축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축구에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축구공을 만드는 일을 한다든지 축구 행정가가 될 수 있어요. 아니면 축구 해설가나 축구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어요. 꼭 유명 축구 선수가 되어 많은 돈을 벌고 인기를 끌지 못하더라도 축구를 통해 행복하게 살며 다른 사람들과 축구를 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요. 이런 꿈은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꿀 수 있고 또 모두 실패의 두려움 없이 전부 달성할 수 있는 거예요. 화려한 직업, 즉 그릇을 꿈꾸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즐겁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삶을 꿈꾸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