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신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병원 다르답니다

입력 : 2015.12.16 03:08

북한의 병원

추운 겨울엔 병원에 갈 일이 많이 생기지요. 특히 연로하신 할아버지·할머니는 겨울철 건강을 조심해야 해요. 겨울에는 심장병·뇌졸중 같은 무서운 병이 더 잘 생기기 때문이에요. 물론 우리나라 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 뇌졸중으로 쓰러져도 빨리 병원에 도착하면 생명을 구할 수가 있죠. 특히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아무리 무서운 병에 걸리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가난한 사람이나 병원비를 내기 어려운 사람은 보건소나 국공립 병원에서 수준 높은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도 있고요.

북한의 병원은 어떨까요? 북한에는 병원과 의료 기관이 8000여 곳 있어요. 또한 시골에도 진료소를 설치해 의사 한 명이 한 지역을 맡아 책임지고 진료를 하는 '의사 담당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보건소와 비슷하지요? 북한에서도 1차 병원에서 증상이 심각하면 2차 병원으로 옮기고, 또 거기서 병이 위중하면 3차 병원까지 가는 절차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읍 정도에 해당하는 북한의 리(理)에 1차 병원인 '진료소'가 있고, 상급 병원으로 군(郡) 병원, 시(市) 병원, 도(道) 병원이 있어요. 평양에는 조선적십자병원, 평양의학대학병원, 김만유병원 등 큰 병원도 있고요.
북한의 여성종합병원인 평양산원에서 한 의사가 여성 환자와 상담하며 병을 진단해주고 있어요(아래). 이 병원은 북한 여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에요. 외래 접수실 창문에 강원도·대동강·함북도 등 다양한 지역의 이름이 붙어 있어요(위).
북한의 여성종합병원인 평양산원에서 한 의사가 여성 환자와 상담하며 병을 진단해주고 있어요(아래). 이 병원은 북한 여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에요. 외래 접수실 창문에 강원도·대동강·함북도 등 다양한 지역의 이름이 붙어 있어요(위). /Corbis / 토픽이미지
문제는 몸이 아파도 신분과 계급에 따라 환자마다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따로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급한 환자라도 계급이 높지 않으면 시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요. 평양시 보통강 구역에 있는 봉화진료소는 북한 최고 권력층과 그 직계가족만 갈 수 있는 병원이고, 대동강 구역 문수동에 있는 남산병원은 정부의 고위 간부만 이용할 수 있어요.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어은병원은 군의 고위 간부만 이용할 수 있고, 호위총국병원·국가안전보위부병원·보안부병원 등은 특권층만 이용할 수 있어요. '모든 인민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주의'라는 간판 뒤에서 특권층만을 위한 병원이 따로 있다는 게 모순이지요.

환자들은 병원비를 낼까요? 북한은 1960년대부터 모든 병원에서 치료비, 약품은 물론 입원하면 식사비까지 모두 국가에서 내주는 '무상 치료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북한은 이를 선전하며 "사회주의가 우월하다"고 했죠.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사람들은 괜찮은 의료 혜택을 받아왔다고 해요. 특히 결핵이나 천연두, 소아마비 등 어린이들의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었어요. 그러나 1990년대 사회주의국가들이 시장경제 체제로 돌아서고 북한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무상 치료제는 그저 말뿐인 제도가 되었어요. 병원에 아주 기초적인 의약품도 공급되지 않고, 식량 배급도 줄어들어 환자가 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값과 식사비 등 모든 것을 부담하고 있어요. 1997년에는 전염병인 콜레라가 유행했는데 전기가 없어 병원마다 자체 생산하던 링거액을 만들지 못해 수만 명이 죽었다고 하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요. 농어촌에 있는 진료소는 물론이고 좀 더 큰 병원인 인민병원에 가도 의사·의약품이 병원에 없다고 해요.

게다가 외국과 교류가 끊어지자 의약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학 지식·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해 의료 수준이 한참 뒤떨어졌어요. 병원에 가봤자 의사들이 청진기·혈압계에 의존해 겨우 진단만 내리니 "병원에 가나 안 가나 비슷하다"며 의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한테 민간요법으로 치료받는 일도 많아졌죠. 최근 북한에서는 환자 치료의 80% 이상을 현대 의학이 아닌 민간요법이나 전통 의학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요.

북한 사람들에게는 위장 계통 병이 가장 많고, 고혈압·심장병·관절·신경계 질환도 잘 생겨요. 어서 빨리 북한의 환자들도 좋은 병원에서 좋은 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지영·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