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 구름과 '+' 땅이 만났더니… 거대 정전기가!
입력 : 2015.12.15 03:07
[거대한 정전기 현상 '낙뢰']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 '낙뢰'
태양 표면 온도 5배와 같은 섭씨 3만도 열 발생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사건의 원인일 확률 높아
프랭클린의 '피뢰침'으로 낙뢰 유인해 피해 줄여야
지난 3일 서해대교 주탑 꼭대기 케이블이 불이 나서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화재 진압 중 한 소방관이 순직하셨기 때문에 더욱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화재 직후 다리 위 통행이 제한되었다가 19일부터 완전한 통행 재개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해요. 서해대교는 높은 탑을 중심으로 양쪽에 여러 다발의 케이블을 드리워 무게를 견디는 방식으로 지은 '사장교'예요. 마치 역도선수가 양팔로 역기를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다리라는 뜻인데, 팔 역할을 하는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해 끊어졌으니 매우 위험했겠지요?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화재 원인이 '낙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어요.
- ▲ /그림=안병현
속담 중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있어요.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쳤을 때 쓰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기 힘들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말이에요. 번개는 구름에서 발생하거든요. 구름 속 수증기는 온도가 떨어지면, 작은 얼음 입자로 얼어붙어요. 이 얼음 입자는 무게 때문에 떨어졌다가, 상승기류 때문에 올라가기도 하며 마찰을 일으켜요. 마찰이 반복되면 구름 속에는 정전기가 가득 차고, 다른 구름과 부딪칠 때 방전을 일으키지요. 이 현상이 바로 번개예요.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구름 속의 전자는 아래쪽에 모이기 때문에 구름 위쪽이 '+'극성, 아래쪽이 '-'극성을 띠게 돼요. 이러한 구름이 지나가면 땅의 전자들은 밀려나 땅 표면은 '+'극성을 띠게 되는데, 이것을 '정전기 유도현상'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구름과 땅에 '정전기 유도'현상이 일어나면 '+'극을 띤 땅은 구름 속의 '-'극 전자를 끌어당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낙뢰예요.
- ▲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서해대교 주탑 사고 현장에서 복구 요원들이 3일 발생한 화재로 끊어진 케이블을 고치고 있어요. /뉴시스
왜 낙뢰가 떨어지면 불이 나고 화상을 입을까요? 전기는 저항이 강한 도체를 지나갈 때 열을 발생시켜요. 우리의 인체도 전기 저항이 큰 도체이기 때문에 낙뢰를 맞으면 화상·골절·내장 파괴·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중상을 입지요.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전기는 전기가 통하는 물체인 도체의 표면에만 흐르기 때문이지요. 만약 비행기에 낙뢰가 떨어지면 비행기의 양쪽 날개 끝부분을 통로 삼아 지나가, 내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미국의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도체의 뾰족한 부분을 통해 전기가 쉽게 드나든다는 성질을 이용해 피뢰침을 발명했어요. 피뢰침은 건물 꼭대기에 설치한 뾰족한 금속 막대예요. 이 금속 막대가 낙뢰를 유인해 땅속으로 흘러들어가게 해 건물 주변은 안전하답니다.
물론 낙뢰 안전 설비에도 맹점이 있어요. 서해대교에도 낙뢰 안전 설비가 갖춰져 있었지만 이번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어요. 측면으로 굽어져서 떨어지는 낙뢰의 경우 피뢰침을 피해서 떨어질 수 있고, 전류의 세기가 낮은 '작은 낙뢰'의 경우 관측 장비로 감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어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현상들을 인류는 지금까지 하나둘 극복해왔어요. 우리 모두 자연현상의 발생 원리를 이해한다면 함께 대응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