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무슬림≠테러리스트 편견에서 벗어나세요

입력 : 2015.12.09 03:03

[과잉 일반화·낙인 효과]

온건 무슬림조차 IS로 보는 것 '과잉 일반화'
특정 지역 편견 갖는 '지역 감정'도 상대 단점만 부각되는 '낙인 찍기'로 이어져
객관적 사고 위해 반대 심문·증거 수집해야

지난달 파리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어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IS(이슬람국가)가 자행한 테러였지요. 최근 이슬람 종교를 믿는 사람들인 '무슬림'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요. 테러를 일으킨 IS를 피해 시리아 내전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온건한 무슬림 난민에게조차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이렇게 반(反)이슬람 정서가 팽배한 파리의 한 광장에서 한 무슬림 청년이 스카프로 눈을 가린 채 프리허그를 했어요. 그의 발밑에는 "저는 무슬림입니다. 사람들은 제게 테러리스트라고 말해요.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도 저를 믿나요? 그렇다면 절 안아주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어요.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에게 다가가 꼭 포옹했고, 그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수많은 시민이 그가 눈에 감은 스카프를 풀 때까지 곁에 남아 그를 지지했지요. 그 청년은 "나는 무슬림이지만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이슬람 종교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고 말하며, '무슬림'과 '테러리스트'가 동의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어요.

지나친 일반화가 독이 되는 이유

어떤 일이 반복될 때 '예전에도 그랬으니 앞으로 또 그럴 것이다'고 생각해 단 몇 번의 일을 근거로 추측성 결론을 내리는 사고 패턴을 '지나친 일반화' 또는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라고 해요.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일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 말이에요. 과잉 일반화는 누구나 쉽게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예요. 사람들은 비슷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면 그 안에서 일종의 공통점이나 일관된 규칙을 찾아내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우리는 논리적이지 못한 방식으로도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단순화해 설명하려고 하거든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우리 주변에서도 과잉 일반화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요.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른 일부 범죄자가 중국 동포들로 밝혀지자, 모든 중국 동포를 폭력적이고 잔인한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도 과잉 일반화의 부작용이지요. 우리나라에 만연한 '특정 지역 출신은 이러이러하다'는 지역 감정과 편견 역시 마찬가지예요.

과잉 일반화는 '낙인 찍기(labeling)' 사고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문제예요. 낙인 찍기란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 집단 전체에 부정적인 명칭을 부여하는 거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낙인 찍기의 예로는 "쟤는 짠돌이야" "걘 사기꾼이야" "완전 꼴통이네" 등이 있고요. 낙인 찍기는 타인에게 부정적인 명칭을 부여해 한 가지의 문제점이나 단점에만 집중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을 떠올릴수록 분노·원망의 감정만 계속 더 커지게 돼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요.

편견과 분노에서 자유로워지는 비법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과잉 일반화' '낙인 찍기'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증거 수집'과 '반대 심문'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증거 수집'은 자신의 사고가 사실이라는 증거와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모두 찾아 리스트를 만들어 비교하고 대조해보는 거예요. 과거 한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일반화해서 말할 때 '항상' '매번' '언제나' '꼭' '절대' '모두' 같은 단어를 주로 쓰지요? 따라서 '매번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나의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면, 내 생각이 타당한지 그른지 명확해지지요.

'반대 심문'은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의 사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 법정에서 반대 심문을 하듯 질문해보는 거예요. 가령 내가 친구에게 '루저' '찌질이' 등 부정적 명칭을 붙여서 여러 사람이 그 친구를 오해하게 되었고, 나중에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세요. 내가 만약 친구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내야 하는 피고 측 변호사가 됐다면, 어떤 논리를 펴야 친구를 지칭하는 부정적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증거 수집'과 '반대 심문' 연습을 통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하면, 분노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옳지 않은 편견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요. 여러분도 혹시 내가 과거 한두 번의 일로 상대방을 낙인 찍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세요. 지나친 일반화는 그 대상이 되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분노를 하게 되는 우리한테도 좋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상진아 교수(미국 오하이오주립 애크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