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미라 만들 때 사용… 시신 악취도 막은 마법의 가루
입력 : 2015.12.07 03:08
계피
고대 이집트에는 금보다 비싼 특이한 향이 나는 식물이 있었답니다. 죽음 이후가 살아 있을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집트 사람들은 미라를 만들 때 이 식물을 이용했어요. 시신에서 내장을 꺼내고 나서 여러 가지 약품들을 발라 놓은 후, 이 식물로 만든 가루를 뿌려 한 달간 놓아두면 시신에 썩는 냄새가 아닌 향기가 났어요. 이 식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계피'입니다. 로마시대에는 계피를 전투에 나갔을 때 체력을 유지하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 계피 한 줌 값이 일반 병사의 한 달치 월급일 정도로 비쌌어요. 사치스럽기로 유명한 네로 황제는 사랑하는 부인이 죽자 그녀의 장례식에서 로마에서 사용할 1년치 계피를 불에 태워 온 도시에 계피 향이 가득하도록 만들었지요. 계피는 후추·정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신료로 불려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코를 톡 쏘는 신기한 향이 나지요.
- ▲ 계피는 계피나무 속껍질을 말려서 만들어요(왼쪽). 고대 이집트에서는 향기가 강한 계핏가루를 미라로 만드는 시신에 발라 악취가 나는 것을 막았다고 해요(오른쪽). /위키피디아
서양에서 많이 쓰는 계피와 동양에서 많이 쓰는 계피는 사실 종류가 달라요. 서양 계피 시나몬(Cinnamon)은 주로 스리랑카에서 많이 나고, 동양 계피 카시아(Cassia)는 중국 남부 지방, 베트남 등에서 생산돼요. 시나몬은 좀 더 섬세한 향이 나고, 카시아는 매콤한 향이 더 강해요. 스리랑카에서 들여 온 이 시나몬에 스페인 사람들이 카카오와 바닐라를 섞어 마신 것이 오늘의 초콜릿의 시초라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지요.
우리가 먹는 계피는 열매일까요? 그도 아니면 뿌리일까요? 계피는 나무의 껍질 부위예요. 카시아 계피는 육계나무의 두꺼운 겉껍질의 코르크층을 벗겨 내고 연한 속껍질만 말린 것이랍니다. 옛날엔 귀했던 계피가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즐겨 먹는 코카콜라에도 들어 있고, 달콤한 추로스 위에도 솔솔 뿌려져 있어요. 사과파이나 사과잼에도 들어가고, 수정과에도 들어가요. 한 모금 마시면 입가에 수염처럼 우유 거품이 묻어나는 카푸치노 위에도 이 계핏가루를 뿌려 먹으면 아주 맛있지요.
계피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찬 기운을 몰아내며 소화가 잘되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감기 초기 몸이 으슬으슬하고 춥고 식은땀이 날 때 계피 향이 나는 쌍화탕을 마셔본 적 있지요? 추운 북유럽 지방에서는 겨울에 감기 예방을 위해 와인에 계피와 과일을 넣고 끓여 만든 뱅쇼를 즐겨 마시지요. 추운 겨울 쌍화탕·뱅쇼를 마시고 한숨 푹 자면 금방 감기를 물리칠 수 있답니다. 맵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알싸한 계피가 나무껍질에서 나온 것이라니 신기하지요?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초콜릿·콜라에도 들어 있고 감기에 좋다니 앞으로 매콤 쌉살한 계피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