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유산탐방] 만델라가 18년간 갇혀 있던 감옥, 자유 쟁취의 상징 되다

입력 : 2015.12.03 03:07

남아공 '로벤 섬'

오는 5일은 넬슨 만델라 서거 2주기,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에요. 1948년 12월 10일, 유엔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어요.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로,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행복추구권·평등권·자유권·사회권·청구권·참정권 등을 보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를 누구나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차별에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싸우는 인권운동가도 있지요. 오늘은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로 꼽히는 넬슨 만델라에 관련된 세계유산 '로벤 섬'을 소개할게요.

넬슨 만델라는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자신이 갇혀 있던 로벤 섬의 독방을 다시 찾아와 차별·인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갔어요.
넬슨 만델라는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자신이 갇혀 있던 로벤 섬의 독방을 다시 찾아와 차별·인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갔어요. /Corbis 토픽이미지
혹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 분리 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분리·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칸스어(네덜란드 계통의 아프리카어)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48년부터 법률로 시행됐던 인종차별 정책과 제도를 말해요. 이 제도로 인해 흑인은 백인과 같은 버스에 탈 수 없었고, 직업도 자유롭게 고를 수 없었어요. 도시 외곽 지역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과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금지당했죠. 만델라는 바로 이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해 반대운동을 전개했고, 1964년 백인 정권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어요. 그는 1990년 사면되기까지 27년이란 긴 세월을 옥중에서 보내야 했어요. 만델라가 처음 수감 생활을 하게 된 곳이 바로 로벤 섬의 감옥이었죠.

로벤 섬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돌섬이에요. 주변 해류가 강해 수감자의 탈출이 어려운 탓에 17세기 중반부터 감옥이나 수용소로 사용됐어요. 네덜란드인들이 앙골라와 서부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 노예들과 전쟁 포로들을 섬으로 보내 노역을 시킨 것이 시초였지요. 19세기 들어 네덜란드령이었던 남아공을 영국이 차지하게 되면서 백인 군인 포로, 식민 통치에 반대하는 흑인 정치범, 범죄자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했어요. 1846년에는 정신장애인, 나환자, 만성질환자들을 수용하는 종합진료소를 세우기도 했어요. 이후 나환자 수용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나환자들의 교회가 세워지는 등 점차 나환자 수용소로 변하게 되었죠. 나환자 수용소는 1931년에 폐쇄되었고, 1959년 로벤 섬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정치범이 된 흑인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탈바꿈했어요. 1961년 첫 수감이 시작된 이후 많은 흑인이 이곳으로 보내졌어요.

로벤섬
만델라뿐 아니라 칼레마 모틀란테 전 남아공 대통령, 제이컵 주마 현 대통령도 이곳에서 옥살이를 했죠. 만델라는 로벤 섬의 작은 독방에 무려 18년 동안이나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어요. 로벤 섬도 인종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운 흑인들의 승리를 상징하는 곳이 되었지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만델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1994년에야 겨우 종식돼요. 1996년 로벤 섬은 감옥을 폐쇄하고 이듬해 박물관으로 탈바꿈했고, 199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어요.

로벤 섬은 암울했던 남아공 역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를 쟁취한 상징적인 장소로 남아 있어요. 특히 만델라가 사용했던 2평 남짓한 독방은 이 섬을 찾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어요.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요즘,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입니다"라는 만델라의 말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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