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의학이야기] 손 씻기로 질병 예방할 생각 누가 했을까?

입력 : 2015.12.02 03:08

[건강을 지키는 '손 씻기']

손 씻기 강조해 많은 산모를 구한 제멜바이스
파스퇴르가 세균이 발병 원인임을 밝히는 계기 돼
비누로 충분히 거품 내 흐르는 물로 손톱 밑까지
하루 8번, 30초 이상 씻어야 감염병 70% 예방

손 씻기를 병원에 도입하자고 처음 주장한 헝가리 태생 의사 제멜바이스(1818~1865·사진 위)와 산욕열을 일으키는 연쇄구균(사진 아래).
손 씻기를 병원에 도입하자고 처음 주장한 헝가리 태생 의사 제멜바이스(1818~1865·사진 위)와 산욕열을 일으키는 연쇄구균(사진 아래). /위키피디아·브리태니커

어느덧 독감(인플루엔자)이 본격 유행하는 계절에 접어들었네요. 이런 감염병을 예방하는 수칙으로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손 씻기'죠. 겨울에도 손 씻기가 중요한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독감뿐만 아니라 노로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식중독도 유행하기 때문이에요. 메르스, 신종 플루, 사스가 유행할 때도 손 씻으라는 당부를 어김없이 들었죠? 그렇다면 손 씻기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160여 년 전, 헝가리 태생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가 처음으로 손 씻기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어요. 1846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그는 유럽 최고 병원으로 손꼽히던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산모가 고열로 앓다가 죽는 일이 흔했어요. 이 병을 '산욕열'이라 불렀는데, 빈 종합병원에서도 산모가 6명 중 1명꼴로 산욕열에 목숨을 잃었답니다. 출산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던 셈이죠. 빈 종합병원에는 산부인과 병동이 두 군데 있어서 1병동은 남자 의사들이, 2병동에선 여자 산파들이 분만을 도왔답니다. 이해하기 힘든 건 시설이 더 좋은 1병동에서 오히려 산모 사망률이 3~5배나 높았던 것이죠. 심지어 병원 대신 집에서 아기를 낳는 산모는 산욕열이 그리 흔치 않았다는 점도 이상했지요.

이듬해 1847년, 제멜바이스는 절친한 친구 야코브 콜레슈카 교수가 사망하는 아픔을 겪어요. 제멜바이스는 콜레슈카가 산욕열로 죽은 산모의 시신을 해부하다가 수술칼에 찔렸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리고 콜레슈카의 몸에 번진 염증이 산욕열로 사망한 산모들의 염증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죠. 제멜바이스는 시신에서 나온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즉 '시체 입자'가 산욕열을 일으킨다고 믿게 됐어요. 아직 세균이 발견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병을 일으키는 균이 있다는 걸 몰랐죠. 막연히 나쁜 공기 같은 것이 병을 일으킨다고 믿던 시절이니까요. 그런데 해부 실습실은 1병동에 있었대요. 냉동 기술도 없던 때라, 의사들은 시체가 생길 때마다 부패하기 전에 바로 해부 실습을 했고, 실습을 마치면 손도 씻지 않고 곧장 환자를 돌봤어요. 환자 피고름이 의사의 옷과 손에 묻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요. 제멜바이스는 산모 시신을 해부할 때 의사 손에 묻은 '시체 입자'가 산욕열의 원인임을 간파했죠. 이때부터 그는 모든 동료 의사가 해부를 마치면 반드시 염소액으로 손을 닦고 산모를 진찰하게 합니다. 결과는 놀라웠어요. 18%에 이르던 1병동의 산모 사망률이 1%대로 떨어진 거예요.

하지만 제멜바이스의 획기적 발견을 당시 의학계는 부정했어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손이 오히려 환자를 죽게 만든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제멜바이스는 결국 병원에서 쫓겨났고, 이후 정신병에 걸려 쓸쓸히 죽고 말아요. 하지만 제멜바이스의 통찰력 있는 발견은 훗날 파스퇴르, 코흐 같은 과학자가 세균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임을 증명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제멜바이스가 '시체 입자'라고 불렀던 것은 연쇄구균(사슬 모양으로 무리 짓는 동그란 균)으로 밝혀졌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안병현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우리 손 1㎠당 세균과 잡다한 미생물이 5000~500만 마리나 산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무의식적으로 코나 입에 손을 갖다 대고 눈을 비빌 때마다 손에 있던 많은 균이 눈·코·입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에요. 환자가 기침할 때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옮는 감기나 독감도 실제론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손으로 코와 입을 막으면서 감염되는 일이 더 많다고 해요.

손을 어떻게 씻어야 세균 감염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요? 비누를 써서 충분히 거품을 내고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해요. 양손바닥과 손등, 손가락 사이사이, 엄지손가락, 그리고 특히 세균이 많은 손톱 밑까지 꼼꼼하게 씻으세요. 이렇게 적어도 하루 8번, 한 번 씻을 때 30초 이상 손을 깨끗이 씻으면 전체 감염병의 70%는 예방할 수 있다고 해요. 손을 잘 씻으면 손에 붙은 세균 수가 크게 줄기 때문이에요. 만약 손을 통해 우리 몸으로 균이 들어오더라도, 그 숫자가 적어 면역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거든요. 신종 플루가 유행했던 지난 2009년, 온 국민이 손 씻기를 열심히 실천해 아폴로눈병(유행성 결막염) 환자도 덩달아 크게 줄었다고 해요. 아폴로눈병은 매년 여름이면 전국을 휩쓸던 눈병인데, 그해에는 환자가 워낙 적어서 의사들조차 놀랄 정도였답니다. 여러분, 잊지 마세요. 손 씻기가 생명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럴 때는 손 씻어야 해요]

1. 돈을 센 뒤
2. 애완동물과 놀고 나서
3. 화장실 갔다가 나올 때
4. 코를 푼 다음
5.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 뒤
6. 음식 차리거나 먹기 전
7.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8. 병문안 가서 환자와 접촉하기 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