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나라에 큰 공 세운 사람에게 선물로 아파트 줘요

입력 : 2015.12.02 03:08

북한의 집

지난 24일부터 통계청에서 5년마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인구·가구·주택에 대한 종합 정보를 파악하는 인구 주택 총조사(센서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2010년 조사에서는 10가구 중 5가구가 아파트에 살고, 나머지 반은 여러 형태의 주택에서 산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아마 이번에 조사를 마치면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더 늘어 있을지도 몰라요. 1970년대 이후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고, 적은 면적으로도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가 도시의 주거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주로 어떤 집에 살까요? 외국인이 즐겨 찾는 평양 중심 구역에는 시설이 좋은 아파트가 많아요. 그러나 평양을 벗어난 함흥·청진·평성·사리원 같은 곳에는 아파트일지라도 밖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요. 아침마다 사람들이 공동 화장실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하지요. 이마저도 일부 도시를 벗어나면 아파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대다수 북한 사람은 자그마한 단층집이나 2·3층짜리 연립 주택에 살아요. 평양에서 멀지 않은 평성이라는 곳에 사는 건수네 가족을 예로 들어볼까요? 건수네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건수, 동생 건형이까지 모두 여섯 식구로, 부엌과 거실 그리고 방 세 칸이 있는 단층집에서 같이 살아요. 할머니·할아버지께서 한방을 쓰시고, 부모님이 방 하나를, 건수와 건형이가 같은 방을 써요. 재래식 화장실에는 샤워하는 곳이 따로 없어, 부엌에서 덥힌 물로 목욕하곤 하지요. 웃풍(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찬 기운)이 너무 심해서 겨울에는 이불을 항상 방바닥에 깔고 지내야 해요.

지난해 3월 9일자 노동신문 1면에 실린 평양 시내 전경. 평양에 있는 아파트 중에 난방이 안 되는 집도 있다고 해요.
지난해 3월 9일자 노동신문 1면에 실린 평양 시내 전경. 평양에 있는 아파트 중에 난방이 안 되는 집도 있다고 해요. /노동신문
북한 평양역 앞 고려호텔 근처에는 중앙당 간부들만 사는 아파트가 있어요. 이곳은 온수·난방이 되고 전기도 자유롭게 쓸 수 있지요. 친척도 거주자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이 아파트를 방문하거나 하룻밤 자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일반 사람들이 당 간부의 집을 보면 얼마나 화가 날까요? 같은 평양이라고 해도 문수거리나 광복거리에 있는 아파트는 겨울에 방에 얼음이 얼 정도로 난방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방 가운데 비닐로 된 텐트를 치고 뜨겁게 달군 돌이나 뜨거운 물을 넣은 병을 안고 잔답니다.

얼마 전 북한은 평양에 53층짜리 아파트를 새로 지었어요. 처음에는 특별 전기를 쓰게 해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기가 끊어질 수 있어 이곳에 살 사람들이 걱정한다고 해요.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승강기를 이용할 수 없어지니 53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지요.

건설 회사에서 아파트를 짓는 우리와 달리, 북한 아파트는 주택건설사업소라는 북한의 건설 당국에서 지어요.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는 행정위원회 주택배정과에서 '입사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입주자는 철저하게 나라에서 선발해요. 우선 북한 중앙당 간부를 비롯해 보위부, 보안부, 재판소, 검찰소 등 권력 있는 사람들이 먼저 차지하고, 그다음으로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운동선수처럼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선물 아파트'를 주기도 하지요.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집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1980년대 중반 광복거리에 아파트를 지을 때 재일 교포들이 1만달러 이상을 주고 산 아파트는 지금도 뒷거래를 통해서 얼마든지 다시 사고팔 수도 있다고 해요. 평양의 노른자위 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동강변 양각도호텔 맞은편 중구역 아파트는 10만달러나 한다고 하네요. 어서 빨리 북한 사람들도 남한처럼 전기와 따뜻한 물이 잘 나오는 아파트에서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지영·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