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사람이 갈 수 없는 곳, 어디든 제가 갑니다"

입력 : 2015.12.01 03:08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드론(Drone)']

전투용부터 농업·탐사·촬영까지 다양하게 활용해
바다 한가운데 등 접근 힘든 곳 인명구조도 탁월
영국에선 피자 배달·식당 종업원 역할 대신하기도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에서 한 통신 회사가 드론을 활용해 산속에서 조난자를 구조하는 연습을 했어요. 산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조난자 역할을 맡은 통신사 관계자가 산기슭에 누워 있었고요. 드론이 그를 찾아내 위치 정보를 구조대에 알리면 성공이었어요.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나무 위를 날아다니며 조난자를 찾았지요. 높은 산에서는 통신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통신용 기지국을 실은 드론도 근처에서 함께 날고 있었어요. 탐색 끝에 드론이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구조대에 전송했고, 구조대는 드론이 보낸 정보를 바탕으로 조난자를 구출해 연습을 잘 마쳤다고 해요.

[재미있는 과학]
/그림=안병현
이처럼 최근 곳곳에서 '드론(Drone·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 혹은 자동 조종되는 소형 무인 정찰기)'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어요. 사전에서 드론(Drone)의 뜻을 찾으면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라고 나와요. 벌이나 풍뎅이 같은 곤충이 날개를 빠르게 떨며 내는 소리가 드론의 프로펠러가 돌며 나는 소리와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드론

드론은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됐어요. 1980년대 드론은 전투용 물자 수송·정찰·공격용으로 쓰였고, 최근 농업·환경·운송·구조·탐사·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기술이 발달해 드론의 가격이 낮아진 덕분이에요. 드론을 띄워 촬영한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취미로 드론을 만들거나 조작하는 사람도 늘었어요.

IT의 발달과 함께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는 드론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어요.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언젠가 드론이 택배 트럭만큼 보편화된다면, 아마존에서 상품을 드론으로 배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혔어요. 지난해 6월 영국에서는 도미노피자가 피자 배달에 드론을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했어요. 지난 2013년 영국 런던의 한 식당은 주문한 초밥을 테이블까지 정확히 날라주는 웨이터 드론을 선보였답니다. 화산 폭발이 일어난 곳이나 체르노빌 등 사람이 못 들어가는 재난 현장을 드론으로 중계할 수도 있어요.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죠. 바다 한가운데 빠진 사람에게 재빨리 구명 튜브를 던져주는 역할도 드론에 맡길 수 있어요. 앞으로 드론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직접 하기엔 위험한 일도 대신 해줄 거예요.

드론은 어떻게 작동할까?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한 통신 회사가 드론으로 조난자를 구조하는 과정을 보여줬어요.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한 통신 회사가 드론으로 조난자를 구조하는 과정을 보여줬어요. /연합뉴스
드론은 비행 방법에 따라 '고정익기(날개가 고정된 항공기)'와 '회전익기(날개가 돌아가는 항공기)'로 나뉘어요. 높은 하늘에서 먼 거리를 재빠르게 날아가려면 고정익기가 유리하고, 가까운 거리를 낮은 고도에서 민첩하게 이동할 땐 회전익기가 더 나아요. 예를 들어 먼 곳을 정찰하기 위해 쓰이는 군사용 '프레데터' 드론은 고정익기랍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론은 회전익기 드론인 경우가 많아요. 회전익기가 제자리 비행이나 수직 이착륙 같은 자유로운 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헬리콥터 형태의 회전익기 드론은 프로펠러의 수에 따라 분류하기도 해요. 프로펠러가 3개면 트라이콥터(tri-copter), 4개는 쿼드콥터(quad-copter), 6개는 헥사콥터(hexa-copter), 8개는 옥타콥터(octa-copter) 등으로도 불리지요.

드론의 구조는 단순해요. 각 프로펠러에 엔진에 해당하는 전기 모터가 하나씩 연결돼 있고, 이 모터의 회전수에 따라 드론의 움직임이 달라져요. 모든 모터의 출력을 똑같이 높이면 수직 상승하고, 뒤쪽 모터의 출력을 높이면 앞으로 나가지요. 드론의 중앙부는 각종 센서와 컴퓨터로 가득해요. 균형을 유지해주는 자이로, 가속도계, 내비게이션, 초음파 센서, 적외선 센서는 물론이고 각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할 소프트웨어와 이를 가동하는 프로세서도 포함되죠. 여기에 원격조종을 위한 무선통신 기능까지 덧붙이다 보니 드론은 항공기보다는 '컴퓨터가 내장된 스마트폰'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현행 항공법은 사람이 운전하는 항공기 위주라, 드론에 관한 구체적인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형편이에요. 비행 중인 드론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드론을 조종하는 주파수가 근처 전자제품의 작동을 방해할 수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고 필요한 규칙도 제대로 갖춰지면, 스마트폰처럼 모두 드론을 한 대씩 가지고 다니면서 각자 필요한 용도로 쓰게 되지 않을까요?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