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이야기] 죽으면 현세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

입력 : 2015.11.25 03:09

기독교는 왜 제사 안 지낼까요?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신 날, 일가친척이 밤에 모여서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전통 관습을 제사라고 해요.

커다란 보름달을 보며 송편을 먹는 추석, 새롭게 뜨는 태양을 보며 떡국을 먹는 설날에도 온 가족이 모두 힘을 합쳐 음식을 잘 차려서 조상님들을 정성껏 모시는 차례(茶禮·음력 초하룻날, 보름날, 명절의 낮에 지내는 제사)를 지내지요. 효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조상을 기리고 추모하는 제사가 매우 중요한 풍속이에요.

그런데 기독교인은 제사 때 조상님께 절을 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간혹 친척들 간 종교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요. 조상도 못 알아보는 서양 종교가 우리 전통문화를 배격한다는 오해도 생겼어요. 과연 기독교는 조상을 인정하지 않고 제사를 철폐하는 패륜적 종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아요. 사실 기독교를 제사의 종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구약 성경에는 많은 제사가 등장해요. 기독교는 조상의 조상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마음은 같지만 기독교의 추모 예배(왼쪽)와 유교 전통의 제사(오른쪽)는 제사상의 유무부터 달라요. 기독교에서는 다른 종교인 친척과 함께 제사를 지내느라 제사상을 차리는 것까지는 인정하지만, 절 대신 기도를 하도록 하지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마음은 같지만 기독교의 추모 예배(왼쪽)와 유교 전통의 제사(오른쪽)는 제사상의 유무부터 달라요. 기독교에서는 다른 종교인 친척과 함께 제사를 지내느라 제사상을 차리는 것까지는 인정하지만, 절 대신 기도를 하도록 하지요. /이태경 기자·남강호 기자
그렇다면 기독교의 제사와 전통 유교의 제사가 충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이에요. 기독교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으로 바로 나뉘어 간다고 생각해요. 한번 죽으면 현세로 돌아오지 않는 직선 같은 운명을 따른다고 보지요. 한편 유교 전통 사상은 조상신이 우리가 사는 현세에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적 관점에서는 제사가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에요. 조상님이 제삿날 찾아오셔서 식사하고 가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사를 지낼 때 음식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려놓는 것도 그런 맥락이지요. 그러나 기독교는 음식을 차리고 조상을 추모하는 것까지는 동의하지만, 제사상 앞에서 조상님께 절하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답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절을 하지 않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추모 예배를 하지요.

기독교와 전통 관습의 갈등은 옛날 사도 시대(기원후 30~100년·예수가 부활 승천한 후 그의 제자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도 있었다고 해요. 당시 예수를 믿지 않는 다른 민족이 건네는 제사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졌어요. 사도 바울은 다른 민족이 준 제사 음식을 먹어도 몸에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나, 복음(예수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구원에 대한 좋은 소식)을 따르느라 먹지 않았어요. 기독교도와 비기독교도 간에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 것보다, 서로 사랑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요. 기독교도·비기독교도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제사상 앞에서 절을 해야만 하는지 논쟁하다 보면 갈등은 더욱 깊어질 거예요. 서로 깊이 사랑하고 각자 가진 생각을 이해함으로써 가치관의 틈을 메우면 어떨까요?

곽상학·온누리교회 교육 목사(경인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