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유산탐방] 중세 유럽을 만날 수 있는 광장
입력 : 2015.11.19 03:09
폴란드의 크라쿠프 역사 지구
지난 10월 20일 쇼팽의 모국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피아노 경연대회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화제를 모았어요. 콩쿠르가 열린 바르샤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침공으로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됐던, 전쟁의 아픔이 배어 있는 도시예요. 바르샤바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240㎞ 거리에 있는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는 나치가 주둔해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의 문화유산을 폭격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지요. 오늘은 중세 시대의 고적함이 남아 있는 폴란드의 '크라쿠프 역사 지구(Cracow's Historic Centre)'에 대해 살펴볼게요.
- ▲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 하나인 폴란드의‘크라쿠프 역사 지구’에 있는‘중앙 광장’. 광장의 중심에는 중세 시대 지어진 명소‘직물회관’이 있어요. /위키피디아
'크라쿠프 역사 지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중세 유럽 최대 규모의 광장인 '중앙 시장 광장'으로, 총면적이 약 4만㎡에 달한다고 해요. 1240년 몽골제국의 침입으로 파괴된 도시를 1257년부터 재건하기 시작해 새롭게 계획한 도시의 구조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요. 당시 시가지의 한가운데에 중앙 시장 광장이 들어서고 새로운 요새·성·탑 등이 세워졌지요. 특히 14세기 카지미에시 대왕이 통치하던 시절, 이 일대는 변혁을 맞이하게 돼요. 넓은 광장의 중심에 옷감 시장인 직물회관이, 한쪽에는 후기 고딕양식의 백미로 꼽히는 성모승천교회가 세워졌어요. 건물 길이만 100여 m인 커다란 직물회관은 현재 국립박물관으로 탈바꿈했고, 직물회관과 성모승천교회 사이의 광장은 쇼팽의 선율이 울려 퍼지는 노천카페로 변모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답니다.
시장 광장에서 남쪽으로 나 있는 왕의 전용 길인 그로츠카 도로를 따라가면 석회암 언덕 지대에 조성된 바벨 성 입구에 이르게 돼요. 성 안의 왕궁은 현재 왕가의 보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플랑드르 지역의 최상급 태피스트리(그림을 짜 넣은 직물) 작품, 호화로운 깃발, 고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화려했던 옛 폴란드의 위용을 엿볼 수 있어요.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볼까요? 시장 광장에 있는 성모승천교회에서는 매시 정각이 되면 트럼펫 연주자가 탑 꼭대기에 올라 마리아 찬송가를 연주해요. 찬송가는 중간에 반드시 끊기는데, 이는 1240년 몽골제국이 침입한 날 적군을 발견한 파수병이 나팔을 불던 중 화살을 맞고 쓰러진 것을 기억하기 위한 의식이에요. 이러한 전통에서 크라쿠프가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어요.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지만 현재까지 이 도시를 지켜온 폴란드인의 저력도 함께 느낄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