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일반 주민에겐 '그림의 떡'… 대부분 외화만 받아요

입력 : 2015.11.18 03:08

평양의 백화점

지난 주말 백화점에 갔다 온 친구들 혹시 있나요? 가을이 시작되면 백화점에서는 세일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백화점 일대가 북새통이 되곤 하지요. 오랜 시간 기다리기도 하고요. 쇼핑을 마친 후 건물 지하나 맨 위층에 있는 푸드 코트에 가서 식사를 할 때 한숨 돌리게 되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화점에 몰리는 이유는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도 사고, 식사도 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겠죠.

지난 2010년 북한이 국가 명절로 지정한 신정 때 평양 주민들이 시내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어요(왼쪽). 지난 2013년 5월 북한 평양에 문을 연 백화점‘해당화관’안에 있는 이탈리아 양복 매장에서 여성 종업원이 일하고 있어요(오른쪽).
지난 2010년 북한이 국가 명절로 지정한 신정 때 평양 주민들이 시내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어요(왼쪽). 지난 2013년 5월 북한 평양에 문을 연 백화점‘해당화관’안에 있는 이탈리아 양복 매장에서 여성 종업원이 일하고 있어요(오른쪽). /조선중앙통신·AP
요즘 평양에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 북한 당국이 평양에 있는 백화점을 확장하고 새롭게 단장하려고 한대요. 평양 시내에는 김일성광장 옆에 있는 제1백화점을 비롯해 2백화점, 동평양백화점, 서평양백화점, 거기다 어린이들만을 위한 아동백화점까지 많은 백화점이 있어요. 얼핏 보기엔 남한과 별반 다르지 않죠? 그러나 북한 백화점은 모두 국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요. 백화점에 진열하는 상품의 종류나 수량, 가격을 모두 나라에서 정해주거든요. 게다가 남한과는 달리 상품들을 진열해 놓긴 하지만 팔지는 못한대요. 북한 백화점 직원들은 물건을 팔지 않고 하루 종일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해서 '오뚝이' 판매원이라고도 불리지요.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평소엔 가봤자 물건을 살 수도 없어 백화점에 잘 가지 않아요. 그래서 북한 백화점은 우리나라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고 한산하기만 해요. 평일이든 주말이든 사람과 차량으로 바글바글한 우리나라 백화점과는 달리, 동네 마트 정도로 한적한 상태라고 상상하면 될 거예요. 다만 명절에는 북한 당국의 '상업과'라는 곳에서 사람들에게 '배정표'를 배포하기도 하는데, 이 표는 상품을 살 수 있는 특권이래요.

그나마 북한 돈 대신 외화만 받으려 하는 백화점이 많아요. 평양은 북한의 수도인 만큼 외국인도 많이 방문하기 때문이지요. 달러·엔·유로만 받는 낙원백화점·대성백화점과 같은 외화 백화점이 여럿 있어요. 북한은 외화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백화점이 외화벌이의 중요한 수단이 되지요. 평양 시내 한복판에 있는 낙원백화점은 주로 중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 온 손님이 많다고 해요. 이렇게 외화벌이 수단이 되는 백화점에서 주로 파는 물건은 북한에서 생산된 물건이 아닌 외국에서 들여온 물건이지요. 가방·시계·양복을 비롯한 명품, 화장품, 담배, 술 등을 살 수 있어요. 외국 돈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고위층 사람들도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고 해요.

보통 백화점에서는 맛있는 음식도 함께 팔죠. 평양 백화점에서는 어떤 음식을 팔까요? 커피·샌드위치·햄버거·스파게티 등 양식을 주로 팔지만 한식도 팔아요.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일반 사람들은 사 먹기 힘들어요. 햄버거가 1.5달러 정도, 피자는 한 판에 3달러 정도 해요. 1달러는 공식적으로 북한 돈 100원이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에서 약 8000원 정도에 바꿀 수 있다고 해요. 북한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3000원 정도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절할 정도로 높은 가격이에요. 또 음식 이름도 남한과는 참 달라요.

예를 들어 미트볼 스파게티는 '고기즙 친 국수 볶음', 토마토 스파게티는 '도마도즙 친 국수 볶음', 야채 샌드위치는 '남새 겹빵',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식 구운 빵'이지요. 북한에서는 외국어로 된 명칭을 가능한 한 순우리말로 바꾸어 부르려고 해요. 한글을 애용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북한 사람들이 영어 등 외국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그대로 쓰기가 힘든 것이지요.

김지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