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수천만 난민마저 포용하는 '관용의 도시'
입력 : 2015.11.16 03:26
프랑스 '칼레'
지난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총기 난사·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129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부상을 입었어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연쇄 테러는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했고, IS도 이를 시인했지요. 프랑스 당국은 파리 테러 용의자 중 2명이 그리스에서 난민으로 등록한 뒤 프랑스에 입국한 것을 확인했어요. 최근 많은 난민이 시리아 인근 지역을 점령한 IS 때문에 집을 잃고 유럽으로 유입되는 것을 IS가 틈 탄 거예요. 하지만 난민들이 테러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살기 위해 도망치는 이들을 아예 막을 수도 없으니 참 곤란한 상황이지요.
오늘은 이번 테러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최근 난민이 많이 몰리는 대표적인 도시인 칼레에 대해 살펴볼게요.
- ▲ 프랑스 칼레 시청 앞에는 로댕의 ‘칼레의 시민’조각상이 설치돼 있어요(왼쪽 사진). 칼레에는 난민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의 관용 정신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지난 13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벌어진 연쇄 테러 사건(오른쪽 사진)으로 칼레의 관용 정신이 위축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한성필 사진작가·AP 제공
그렇다면 왜 칼레는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일까요? 프랑스 대혁명 이래 프랑스 사회의 중요한 정치철학은 평등·통합이었어요. 이는 '톨레랑스(관용)'라는 단어로 흔히 표현돼요. 톨레랑스란 라틴어의 '참는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 차이·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생각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성적인 태도를 말한답니다. 그래서 칼레는 여력이 되는 선에서 다양한 난민들을 포용하려 하고 있지요.
'톨레랑스'뿐만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정신도 알아 두면 칼레라는 곳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로댕의 세계적인 예술 작품 '칼레의 시민'에 이에 대한 일화가 있지요. 프랑스·영국 사이에 백년전쟁이 발발했을 때 칼레의 시민들은 영국에 끝까지 맞서 싸웠어요. 1347년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3세는 결국 칼레를 점령했고, 칼레의 지도자급 인사 6명의 목숨을 내놓으면 나머지 시민들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지요. 이에 시민 대표 6명은 교수형을 각오하며 목에 밧줄을 감고 희생을 자처했어요. 다행히 임신한 에드워드 3세의 왕비의 간청으로 이 6명의 목숨도 보전하고, 무사히 칼레 시민들도 지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답니다.
한편, 이번 테러로 프랑스의 톨레랑스 정신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테러로부터 프랑스가 위협받지 않고, 칼레의 난민들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를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