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은주의 미술관에 갔어요] 그림의 비밀 듣고 보니… '아하, 그렇구나'

입력 : 2015.11.06 04:26

전시 작품에 대한 지식 알려줘…
똑같은 작품이라도 해설 다양해 과목과 연관 지어 설명해 주기도
작품 먼저 보고 설명 후 다시 보면 차차 더 많은 모습 드러낼 거예요

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를 만난 적 있나요? 이분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도슨트란 미술 작품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주는 해설가들이지요. 도슨트라는 단어는 '가르친다'는 의미의 라틴어 'docere(도세르)'에서 유래됐어요. 1906년에 미국의 보스턴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도슨트라는 용어를 쓰면서 '지식을 갖춘 안내인'으로서 규정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슨트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미술 작품의 선생님, 도슨트

도슨트가 중요해진 시기는 미술관의 주된 역할이 희귀하고 중요한 작품을 보여주는 일에서 교육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으로 옮겨간 시기와 비슷해요. 예전에는 미술관에 온 사람들이 작품에 대한 지식을 명확하게 얻어가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전시를 보는 방향인 동선(動線·사람의 이동을 선으로 나타낸 것)도 물 샐 틈 없이 짜여 있었답니다. 오늘날에는 미술 전시를 감상하는 방식이 변화해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이 중요해졌어요.

지난 9월 막을 내린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전시회에서 한 도슨트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내 마음속의 디에고’를 관람객들에게 해설하고 있어요.
지난 9월 막을 내린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전시회에서 한 도슨트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내 마음속의 디에고’를 관람객들에게 해설하고 있어요. /김지호 기자

해설자 도슨트는 왜 필요할까요? 누가 보아도 희귀하고 뛰어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면, 특별히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작품 자체를 직접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 위대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작품 중에는 어떤 특별한 이유로 유행한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나 새로운 의미가 덧붙게 되는 것도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왜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지 설명을 들어야겠죠? 도슨트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미술 작품을 미술이라는 영역과 미술사의 흐름이라는 전문지식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에요. 두 번째 방식은 좀 더 쉽게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어 전시를 감상하는 방식이죠. 미술 작품을 이루고 있는 소재나 그 주변의 주제를 찾아 이야기를 만들어 감상하는 거예요. 그림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문학·역사·과학 같은 다른 과목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해요. 이렇게 같은 작품일지라도 미술관이 어떤 식으로 교육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가 있어요.

눈은 그림에 고정…도슨트 설명 귀 기울이면

상인 아르놀피니의 결혼 서약을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은 도슨트의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작품이에요. 샹들리에는 성스러운 결혼식을, 창문 옆 사과는 아담·이브의 사과를, 강아지는 결혼에 대해 충성할 것을 상징해요. 가운데 거울에는 작게 얀 반에이크가 그려져 있어요.
상인 아르놀피니의 결혼 서약을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은 도슨트의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작품이에요. 샹들리에는 성스러운 결혼식을, 창문 옆 사과는 아담·이브의 사과를, 강아지는 결혼에 대해 충성할 것을 상징해요. 가운데 거울에는 작게 얀 반에이크가 그려져 있어요. /얀 반에이크,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1434년,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

오늘날에는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미술품을 볼 수 있지만, 직접 작품 앞에 서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답니다. 인터넷에서는 미술품 하나하나가 같은 크기로 전달되기 때문에, 마치 정보처럼 다가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직접 가서 보면 인간 예술가가 창조해낸 흔적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 작품이 주는 감동에 공감하게 되지요. 시선은 작품에 고정하고 귀로는 해설을 듣는 체험이 책으로 배우는 것과는 다른 깨달음을 줄 거예요.

미술관에서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도 배울 수 있어요. 미술 작품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미술 작품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만든 것이에요. 삶이란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으로 단순화시켜 말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하고 복합적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 또한 입체적인 것이 좋아요. 도슨트가 해주는 설명도 어떤 하나의 정답으로 유도하기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림을 감상할 때에는 라벨을 읽기 전에 그림을 먼저 쳐다보세요. 그다음에 제목이나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는 순서가 좋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읽혀서 마음이 답답해질 수도 있어요. 그건 우리가 글자를 읽듯이 그림을 대하기 때문이랍니다. 익숙해지면, 그림이 점차 더 많은 모습을 드러내게 될 거예요.

도슨트 미술품 안내 5단계 정리 표
이주은 건국대 교수 (문화콘텐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