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유산탐방] 바로크 양식 건물 가득…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입력 : 2015.11.05 03:07

쿠바의 아바나 옛 시가와 요새

쿠바의 아바나 옛 시가와 요새 위치 지도

지난 10월, 미국 백악관에 쿠바의 재즈 밴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울려 퍼졌어요. 1961년 당시 쿠바의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가 미국과 국교를 단절한 이후 반세기 넘도록 반목했던 양국이 지난해 12월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기 때문에 열릴 수 있었던 공연이었죠.

쿠바는 대서양과 카리브 해를 접하고 있는 섬나라예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첫 항해에서 발견한 이후 19세기까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어요. 쿠바의 북서쪽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쿠바의 수도 아바나가 있지요. 아바나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16세기부터 전쟁과 혁명을 거친 지금까지 한결같이 쿠바의 정치·경제·문화의 요충지였던 곳이에요. '아바나 옛 시가(市街·도시의 거리)와 요새'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양식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2년 쿠바의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어요. 오늘은 아바나의 역사적 배경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옛 시가지를 소개해줄게요.

아바나는 1519년 스페인의 서인도제도 총독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건설했어요. 당시 스페인은 카리브 해와 대서양에 있는 1만2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무리를 이르는 서인도제도의 나라들을 지배하려고 했어요. 아바나는 아름다운 풍광과 천연으로 발달한 항구 덕분에 금세 중요한 거점 도시로 성장했지요. 1550년 스페인 정부는 이곳에 총독 본부를 설치해 식민지 경영의 중심지로 삼았어요.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아바나에는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양식의 요새와 성당, 포대, 총사령관의 궁전, 식민지 지배자들의 화려한 저택 등이 세워졌지요. 현재 아바나는 마천루가 항구를 뒤덮고 있는 현대적인 대도시이지만, 시의 옛 중심지에는 도시 초기의 건축 양식을 간직한 5개의 거대한 광장(대성당 광장·성 프란시스코 광장·비에하 광장·아르마스 광장·크리스토 광장)과 요새 등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남아 있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쿠바의 ‘아바나 옛 시가와 요새’ 가운데 ‘아바나 대성당’은 우여곡절 끝에 1777년 완공되었는데, 본당 건물이 초의 촛농이 녹아내린 모양과 비슷해 독특하지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쿠바의 ‘아바나 옛 시가와 요새’ 가운데 ‘아바나 대성당’은 우여곡절 끝에 1777년 완공되었는데, 본당 건물이 초의 촛농이 녹아내린 모양과 비슷해 독특하지요. /구글 맵스

'아바나 옛 시가와 요새' 중에서도 초기 건축물로 꼽히는 '레알 푸에르사'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 요새예요. 1577년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졌지요. 16세기 중반 아바나는 총독 본부가 들어선 이후 타고난 지형적 이점으로 식민지에서 거둬들인 수탈물을 스페인으로 이송하기 위한 집결지가 되었어요. 이 때문에 해적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어 약탈당하기 시작했고, 함대의 습격을 받기도 했어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시를 방어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세운 곳이 바로 '레알 푸에르사' 요새인 거예요. 현재 도자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요새는 아바나 옛 시가지의 중심부에 있는 아르마스 광장에 인접해 있어요.

'아르마스 광장'은 아바나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광장으로, 16세기 이래 정치·군사의 중심 무대가 되었던 곳이에요. 광장 주변에는 그리스 신전의 축소판인 엘 템플레테 신전, 시(市)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과거 스페인 총독관 등 아바나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하답니다.

인근에 있는 '아바나 대성당'도 빼놓을 수 없는 건축물이에요. 1748년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착공되었다가, 예수회가 쿠바에서 쫓겨나면서 1777년에야 완공된 이 건물은 촛농이 녹아내리는 듯한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지요. 산호석으로 제작한 바로크식 파사드(건물 전면)가 대성당 광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후 진행된 개축 공사로 여러 가지 양식이 흥미롭게 혼합된 것이 특징이에요. 스페인이 식민지에서 철수하기 직전까지 콜럼버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해요.

안타깝게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바나의 옛 건축물 중 일부는 시간의 힘에 못 이겨 노후화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지속적인 복구와 보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유서 깊은 '아바나 옛 시가와 요새'가 오래도록 인류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