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의학이야기] 동물의 병, 사람이 걸릴 수도 있어요

입력 : 2015.11.04 03:09

[인수 공통 감염병]

메르스·사스 등 신종 감염병들 근원 추적하니 동물에서 전파된 것… 동물 접촉이나 기생충 등 물려 전염
애완동물 통해서도 옮을 수 있어… 놀아 준 다음엔 꼭 손 씻어야 해요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에서 원인 불명 폐렴이 환자 50명에게서 발병했어요. 이들은 동물생명과학관 소속 근무자로 하나같이 발열·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인다고 해요.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더욱 알쏭달쏭하지요. 환자 중 일부는 같은 동물실험실에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키우던 곰팡이 때문이 아닐까 추측돼요. 단순 폐렴일 확률이 높지만, 처음엔 연구원들이 젖소 품평회와 동물 농장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수 공통 감염병일 수 있다는 의심도 나왔다고 해요.

인수 공통 감염병
/그림=안병현
동물의 박테리아·곰팡이·기생충·세균·바이러스 등이 사람에게 우연하게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을 '인수 공통 감염병'이라고 불러요. 인(人·사람 인)과 수(獸·짐승 수)가 공통으로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이라는 뜻이지요. 개·고양이·토끼·새·물고기·말·사슴·소·염소·박쥐·낙타 등 다양한 동물이 인간에게 병을 옮겨요. 동물의 음식·침·똥 등을 사람이 만지거나, 동물에게 기생해 살던 진드기 같은 기생충이 인간을 물면서 병이 전해지지요.

동물에게서 옮은 무시무시한 감염병들

메르스가 한창이었던 지난 9월 여러 나라의 보건 안보 전문가·관료들이 한국에서 개최된 '글로벌 보건 안보 구상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서 감염병 대책을 논의했어요. 그리고 이 회의에서 '서울 선언문'이 채택되었어요. '서울 선언문'은 앞으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인수 공통 감염병·생물 안보 등에 대하여 여러 나라의 국제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니 앞으로 같이 돕고 살자는 내용이지요. 이렇게 세계가 힘을 합쳐서 인수 공통 감염병을 물리치자고 한 이유는 그만큼 동물에게서 전파된 병이 무섭기 때문이에요. 2000년대를 휩쓴 신종 감염병인 메르스·에볼라·사스·조류인플루엔자 대부분이 인수 공통 감염병이고 그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HIV 에이즈, 뎅기열 등 무서운 감염병의 근원을 추적하면 상당수가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전파된 병이라고 해요. 인류에게 인수 공통 감염병은 큰 위협일 수밖에 없어요.

왜 최근 들어 인수 공통 감염병의 위험이 커진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생태계가 파괴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지요.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아열대기후에서 살던 벌레나 동물들이 한국에도 나타난 것 알고 있죠? 환경 파괴가 새로운 병을 불러온 것이죠. 또한, 전 세계적으로 동물 체험장과 애완동물의 종류와 수가 증가한 것도 커요. 이 때문에 야생동물과 농장 동물 등 여러 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증가했지요. 그러면서 동물을 통한 신형 변종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급증했다고 해요.

동물과 공존하려면 인간의 노력 필요해요

최근 감염병이 발생해 폐쇄된 상태인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관 입구에‘전염성 폐렴 대처방안’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최근 감염병이 발생해 폐쇄된 상태인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관 입구에‘전염성 폐렴 대처방안’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뉴시스
인수 공통 감염병은 우리 주변의 귀여운 애완동물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어요. 특히 어린 동물일수록 미성숙하고 활동적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해요. 귀엽다고 동물을 안고 놀다가 자칫 잘못해서 난 상처로 병이 감염될 가능성도 크지요. 고양이 또는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키우나요? 애완동물은 기본적인 위생 관리를 통하여 그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예방법들을 알려 드릴게요.

첫째, 정기적인 예방접종과 함께 수의사의 진찰을 받으세요. 예를 들어 광견병은 대표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이지만, 강아지에게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히면 걱정을 덜 수 있어요. 둘째, 설사·피부 질환을 보일 때에는 즉시 인간과 격리하거나 위생에 신경 쓰고 동물병원에 바로 데려가야 해요. 셋째, 진드기·벼룩도 병균을 옮기는 주된 원인이라고 해요. 기생충이 있지 않은지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만약 있으면 바로 치료해 없애주세요. 집 밖에서 기르는 동물은 진드기가 생기기 쉬우니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시고요. 넷째, 애완동물의 손톱·발톱이 날카롭지 않도록 관리도 필요해요. 다섯째, 감염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먹이로는 생고기, 생달걀보다는 안전하게 유통되는 고품질 음식을 먹도록 해주세요. 애완동물이 쓰레기·배설물 등을 먹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겠지요? 가장 중요한 여섯째, 애완동물을 만지거나 배설물을 치우고 나면 손을 꼭 씻으세요. 지금까지 말씀 드린 내용을 노인·5세 이하 어린이·임신부·몸이 약해 면역이 저하된 사람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건강한 사람보다도 인수 공통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크고 치료도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동물과 인간은 감염병의 위험이 있다고 아예 떨어져 살 순 없어요. 게다가 우리 인간이 인간 중심의 삶만 추구하면서 환경을 파괴하면, 감염병의 위험은 더욱 커질 거예요. 그러므로 조화롭게 더불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감염병의 위험은 줄이고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회를 발전해나갈 방법은 없을까요? 여러분이 커서 해답을 찾길 바랄게요.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명지병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