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구름씨' 뿌려 사람이 비 내리게 해요

입력 : 2015.11.03 03:08

[인공강우]

드라이아이스·요오드화은 등 구름에 뿌리면 주변 물방울과 만나 무거워져 비가 돼
비 내리면 초미세먼지 씻겨나가기 때문에 최근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시원한 가을 날씨가 어디론가 놀러 가라고 유혹하지 않나요? 하지만 최근 일기예보는 외출을 삼가라고 할 때가 있지요. 가끔 창문을 열지 말라고도 하고, 야외 활동을 하면 꼭 손발을 씻고 입·코도 물로 헹구라고 해요. 황사가 오는 봄도 아닌데, 왜 그럴까요? 그것은 초미세 먼지 때문이에요. 초미세 먼지는 입자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약 30분의 1인 아주 작은 먼지예요. 초미세 먼지의 지름은 대략 2.5㎛(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이고 머리카락 지름은 약 70㎛이지요. 초미세 먼지 입자는 공기와 함께 폐로 들어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요. 만약 혈액에 섞여 뇌·심장으로 들어가 쌓이면 심각한 병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봄가을에 초미세 먼지가 많아지는 데는 편서풍 영향이 커요. 편서풍은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 지방에서 1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인데, 봄과 가을에 더 강해지지요. 편서풍이 강하게 불면 중국에서 발생한 초미세 먼지가 우리나라로 날아오게 돼요. 중국은 사막이 많고 공장 지대가 많아 미세 먼지를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받는 피해도 클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 난방하면서 생긴 오염 물질까지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올 수 있지요.

초미세 먼지 해결책으로 인공 강우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어요. 인공 강우란 사람의 기술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비를 내리게 해서 초미세 먼지가 씻겨 내려가게 하겠다는 거예요. 사람이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게 정말로 가능할까요? 놀랍게도 좁은 지역에서 인공 강우는 무려 69년 전인 1946년 이미 성공했답니다. 그 비밀은 비가 내리는 원리 속에 숨어 있지요.

구름이 비를 내리게 하는 원리를 모방해보자

인공 강우의 비밀을 풀기 위해 구름이 비를 내리게 하는 원리를 차근차근 살펴보아요. 비가 구름에서 떨어져 내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요? 그렇다면 구름은 어떻게 생길까요?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이 든 물통을 꺼내놓으면 물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이것은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차가운 물통 표면에 닿아 열을 빼앗기고 작은 물방울이 되는 '응결 현상'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공기 중 수증기가 상승하다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거나, 밤낮의 온도 변화로 열을 잃으면 어느 순간 서로 달라붙어 미세한 물방울 덩어리가 되지요. 이 물방울 덩어리가 바로 구름이랍니다.

인공강우 원리 설명 그래픽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은 너무 작고 가벼워서 땅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떠 있어요.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려면 물방울 덩어리가 더 무거워지고 커져야 하겠죠? 이때 필요한 것이 '구름씨(응결핵)'예요. 구름씨 역할을 하는 소금 입자, 꽃가루 등이 구름 속에 들어가면 주변 물방울이 달라붙어 점점 크고 무거워져 비가 되어 내려요. 작은 눈덩이를 만들어 눈 위에 굴리면 큰 눈덩이가 되는 원리와 비슷해요.

최초로 인공 강우에 성공한 사람은 1946년 미국의 빈센트 셰퍼 박사였어요. 셰퍼 박사는 비행기를 타고 약 4000m 높이로 올라가 구름에 지름 1㎝로 잘게 부순 드라이아이스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 요오드화은 연기를 뿌렸어요. 드라이아이스의 냉기가 공기 중의 수증기와 만나 작은 얼음 알갱이가 만들어졌고, 요오드화은 연기는 얼음 입자를 모이게 해 눈송이가 쉽게 만들어지도록 도왔어요. 이날 날씨가 추워 눈이 내렸지만, 만약 기온이 높았다면 빗방울이 내렸겠죠?

이후 많은 나라에서 드라이아이스·요오드화은·염화칼슘 등 다양한 인공 구름씨를 로켓·비행기로 구름 위에 뿌려 인공 강우에 성공했어요. 예를 들어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을 개최한 중국은 경기를 맑은 날씨에서 치르려고 구름씨가 포함된 로켓을 수십 발 발사하여 먹구름을 비로 만들어 내리게 했지요.

인공 강우, 만능 해결책은 아니에요

한편 인공 강우가 다른 재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있어요. 구름씨로 쓴 화학물질이 환경·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고, 인공 강우를 시행한 곳 주변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가뭄·폭우 등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도 인공 강우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사실 기상 현상은 지구의 열·에너지가 골고루 순환하는 과정인데 무분별하게 날씨를 조작하면 지구 전체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어요.

[초미세먼지 생활대책]

ㆍ외출할 땐 마스크 착용
ㆍ집에 돌아와서는 손발 씻기
ㆍ입과 코도 물로 자주 헹구기
ㆍ물, 비타민, 채소 섭취
ㆍ창문 열지 말기
ㆍ실내 먼지는 물걸레 청소

 

조영선·과학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