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동물] 배고픔과 추위 견디던 떠돌이 개… 최초의 우주견이 되다

입력 : 2015.11.02 03:08

라이카

1957년 11월 3일, 옛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지구궤도를 돈 우주개 ‘라이카’ 사진
1957년 11월 3일, 옛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지구궤도를 돈 우주개 ‘라이카’는 우주 비행을 한 최초의 동물로 꼽히고 있지요. /내셔널 지오그래픽

여러분, 내일이 어떤 날인지 혹시 아나요? 11월 3일은 특히 개들에게 남다른 날이에요. 지금으로부터 58년 전 이날에 지구의 모든 동물 가운데 개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궤도를 돌았기 때문이죠. 사람보다 먼저 우주 비행을 했다고 개들이 뿌듯해할지도 모를 일이에요.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7년 11월 3일, 옛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가 우주로 날아올랐어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한 달 만의 일이라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지요. 더구나 이번에는 살아 있는 동물이 인공위성을 타고 우주로 간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더욱 흥분했어요.

그 주인공은 모스크바 길거리를 떠돌던 개였어요. 태어난 지 3년 된 암컷으로 이름은 '쿠드랴브카'였죠. 우리말로 하면 '복실이'로 불린 셈이에요. 그런데 이름이 길어서 그런지 '라이카'로 더 알려졌죠. 사실 라이카는 개의 이름이 아니라 품종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마치 진돗개나 삽살개처럼요.

당시 소련이 개를 우주에 보내려 했던 이유는 인간보다 먼저 동물을 보내 우주에서의 생체반응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왜 하필 개였을까요?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가 더 나았을 법한데요. 실제로 그 이전에 미국이 원숭이를 로켓에 태워 우주로 보냈어요. 하지만 우주로 나가기도 전에 원숭이가 숨이 막혀 죽었다고 해요.

그래서 소련은 원숭이 대신 개를 선택한 것이죠.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온도와 압력의 변화 등을 견뎌야 하는데, 이런 어려움을 견딜 동물로 개가 최적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중에서도 평소 배고픔과 추위 등 스트레스를 잘 견뎌 온 떠돌이 개를 고른 것이죠.

당시 소련 정부는 스푸트니크 2호에 라이카를 태워 보낸다고 발표해 소련 국민의 기대를 키웠어요. 라이카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인간도 그렇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거예요. 드디어 출발일이 되었어요. 라이카가 탄 조그만 캡슐이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렸어요. 라이카의 몸은 거의 꽁꽁 묶이다시피 했고, 그 옆에는 약간의 음식이 놓여 있었지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날아오른 스푸트니크 2호는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어요.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라이카에게로 쏠렸어요. 라이카가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며 마음을 모은 거예요. 하지만 얼마 후, 당시 소련 당국은 라이카가 발사 6일째 산소 부족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발표했어요. 기대가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그런데 당시 소련의 발표는 4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어요. 라이카는 산소 부족이 아니라 높은 열 때문에 죽은 것이었어요. 그것도 출발한 지 예닐곱 시간 만에 말이죠.

또한 라이카는 처음부터 지구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이었어요. 당시 스푸트니크 2호는 몇 달 동안 지구 궤도를 계속 돌았는데, 준비된 식량은 일주일 분량뿐이었다고 해요. 라이카가 더 오래 살아남았더라도 산소나 먹을 것이 부족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렇지만 라이카의 죽음은 헛된 게 아니었어요. 라이카의 심장 박동 수를 비롯해 각종 생체반응 데이터가 인류의 우주비행 준비에 큰 보탬이 됐기 때문이에요.

라이카가 죽은 지 약 4년 만인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의 유인(有人) 우주선 비행이 성공했어요. 당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 비행에 성공한 거예요. 라이카의 희생이 열매를 맺은 셈이에요.

구완회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