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약자에게만 강한 당신… 자존감 위치는 어디쯤?

입력 : 2015.10.28 03:12

['갑질'의 심리학]

자신의 권리 악용하는 '갑질'
자존감 낮고 열등의식 있으면 우월하고 싶은 욕구 강해져…
상대적 약자에게 힘 휘둘러요

지난 16일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고객 앞에서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지난 16일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고객 앞에서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인터넷 캡처

최근 인천의 한 백화점 매장에서 직원들이 여성 고객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어요.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갑질이 또 문제"라고 했지요. 갑질이라는 말은 법적 계약서에서 당사자를 갑(甲)과 을(乙)로 구분해 표기한 데서 비롯됐어요.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을 갑, 약자를 을로 대비하고, 여기에 나쁜 행동을 뜻하는 말인 '질'을 붙여 갑질이라는 말이 생긴 거예요. 이 말은 이제 '힘 있는 사람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이라는 뜻으로 자리 잡았어요.

이번 사건뿐 아니라 올 초 경기도의 백화점에서도 주차 아르바이트생이 고객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등 갑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우리 사회에 유난히 자존심만 내세우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약자에게 횡포 부리는 사람의 심리는?

여러분은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아나요? 자존심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품위나 가치를 지키려는 마음'이에요. 나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가치가 타인과의 관계로 결정되는 것이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는 말처럼 자존심이 자신의 최소한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마음임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유별나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남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고 열등감을 느껴 자기방어적으로 그러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에 비해 자존감은 나 자신을 스스로 가치 있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이에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존심과 구별되지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상관없이 일관된 마음가짐으로 자기 자신을 대해요.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뛰어나다고 위축되지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우월감을 느끼지도 않아요. 또 타인의 실수에 너그럽고("그럴 수도 있지 뭐. 괜찮아"), 다른 사람의 업적이나 뛰어난 점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지요("정말 대단해. 나 같으면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아").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이나 열등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해요. 이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피하는 것이에요. 자신을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에 남의 단점이나 잘못에 지나치게 비판적이며,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시기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긴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은 '자만심'과 '자격지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거예요. 늘 다른 사람들을 수직적 관계에서 바라보며 자신과 비교하지요. 이들은 수직적 관계에서 자신은 위에, 타인은 밑에 두고 자만심을 느껴요. 반면 수직적 관계에서 자신이 남들보다 밑에 있다고 여기면 자격지심에 빠진답니다. 자격지심(自激之心)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뜻해요.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갑질을 서슴지 않는답니다. 자신보다 더 뛰어나거나 강한 사람에게는 지나친 희생을, 반대로 자신보다 못한 약자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것이지요. 심리학적으로 이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않고 내면적으로 열등감·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어요. 남들보다 더 우월하고 싶은 욕구(자만심)가 강해 상대적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거예요.

◇어떻게 자존감을 키울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등수를 매기고 서로 경쟁하며 타인과 비교당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왔어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변의 경쟁 상대들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자신과 비교해야 했죠. 여기에 남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체면 문화까지 더해져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자존감을 갖기가 더 어려웠던 거예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렇다면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하답니다. 먼저 여러분 스스로에게 친절해야 해요. 건강한 자존감은 여러분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지요. 다행스럽게도 우리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모나 환경, 학력이 아니에요.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나만의 장점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실패를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다면 여러분의 자존감이 커질 거예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평소에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져 보세요. 갑질은 평소 자신이 스스로를 대해 온 모습의 반영이라는 점, 잊지 말기를 바랄게요.

상진아 교수(미국 오하이오주립 애크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