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이야기] 이민자 보듬자는 교황… 그도 타향살이 아픔 겪었어요

입력 : 2015.10.28 03:12 | 수정 : 2015.10.28 10:36

가톨릭의 이민자 존중

"유럽의 모든 성당과 수도원에서 (시리아) 난민 가정을 한 가구씩 받아들여 주기 바랍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가 일으킨 전쟁과 테러로 시리아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이 사람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어요. 집을 잃은 이곳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오려고 해요.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곤과 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을 형제자매로 여기자고 말했어요. 교황이 이민자들에게 관심을 가진 건 이번만이 아니에요. 재작년(2013년)엔 세계 가톨릭 교회와 함께 '시리아와 중동과 온 세계의 평화를 위한 단식과 기도의 날'을 지냈고, 작년엔 직접 중동을 방문해 시리아 내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죠.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때엔 불법 체류 부모의 강제 추방을 막아달라는 편지를 건넨 멕시코계 소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안아주기도 했지요.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온 난민 가족이 텐트 앞에 불을 피우고 모여 있어요(왼쪽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의 카퍼레이드 도중 멕시코계 소녀에게 손을 뻗고 있어요(오른쪽 사진).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온 난민 가족이 텐트 앞에 불을 피우고 모여 있어요(왼쪽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의 카퍼레이드 도중 멕시코계 소녀에게 손을 뻗고 있어요(오른쪽 사진). /AP 뉴시스
이민자를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문제로 여기지 마세요.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장면이 나오지요? 여러분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일본으로 일자리 이민을 간 사람이 많았어요. 독일의 탄광, 중동의 공사 현장으로 일하러 건너간 뒤 거기 머문 이도 꽤 있었고요.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 자유를 찾아온 탈북 주민도 우리 곁의 이민자들이지요.

교황이 이민자들과의 공존을 요청한 것은 '이웃을 보살피라'는 가톨릭의 가르침과 관계가 있어요.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노예살이 등 타향살이로 고생한 역사를 들려주고, 나그네를 맞아들이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도 주지요. 예를 들어 자식이 없었던 아브라함이라는 사람은 나그네의 모습을 한 천사를 극진히 대접한 뒤 아들을 얻게 되었대요. 신약성경에는 최후의 심판이 찾아왔을 때 '주님께서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는 등 선행을 베푼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차지한다'고 나와요.

교황은 지난달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이민자의 아들로서 이민자 가정이 세운 나라에 오게 되어 기쁘다"고 말씀했어요. 교황 자신이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온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거든요. 교황의 할아버지는 이민 이듬해인 1929년에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사업에 실패했어요. 중학교 때 교황은 아버지가 회계를 봐주던 양말 공장에서 청소하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이후에도 계속 일했다고 해요. 이런 성장 과정을 통해 이민자의 처지와 어려움을 이해하는 지도자로 성장한 것이지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들어봤지요? 집을 떠난 이민자들의 고생은 다른 나라에서도 계속된답니다. 집과 직업을 구해야 하고, 새로운 언어와 관습도 배워야 해요. 고국과 다른 환경 때문에 병이 들기도 하고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느라 자녀를 돌보지도 못 하고,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지요.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한국 천주교회는 전국에 기관 40여 곳을 세워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돕고 있어요. 또 교황청이 설립한 국제원조기구 '카리타스'의 한국 지부(한국 카리타스)는 시리아 난민들의 소식을 전하며 관심과 도움을 청하고 있답니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 간 교류는 큰 도움이 되지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교황이 20년 전 아르헨티나에 이주한 한국인들과 만나 친구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교황이 아르헨티나의 가톨릭 지도자였을 때 자주 만난 한국의 이민자들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온 거예요. 세계의 종교인들 모두가 이민자를 돌보는 데 앞장선다면, 난민 문제로 걱정하는 세계의 표정이 훨씬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김은영·가톨릭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