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콩쿠르'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콩쿠르의 세계]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
오직 피아노 실력만으로 심사… '콩쿠르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려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차이콥스키 콩쿠르·퀸 엘리자베트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지난 21일 발표됐어요. 한국에선 처음, 아시아에서 세 번째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지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것이 놀랍지 않나요?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기쁘다가도 '콩쿠르가 뭘까' 고민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쇼팽'은 5년마다 '차이콥스키'는 4년마다
음악 콩쿠르(concours·영어로는 competition)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음악가들이 수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면서 경쟁하는 대회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음악가들의 실력을 심사해 상을 주는 대회가 있었는데, 최근 교통·통신이 발달하면서 규모가 커져 여러 나라의 음악가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발전했고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된 것이에요.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1927년 시작된 쇼팽 콩쿠르는 5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마치 올림픽 같지요. 세계 각국의 16~30세 연주자들이 참가 대상이어서 일생에 4번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또 여러 번의 서류·동영상 심사를 거쳐 결선에 진출하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더라도 입상을 자신하기 어렵지요. 또 5년간 연습한 실력을 수십 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엄청난 긴장 속에 연주하게 되지요.
- ▲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본선의 한 장면이에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올해 우승한 쇼팽 콩쿠르는 16~30세 연주자들이 참가 대상이어서 실력이 뛰어나도 일생에 4번 도전하기가 쉽지 않답니다. /쇼팽 콩쿠르 2015 제공
콩쿠르 종목은 성악·악기 연주·작곡 등 다양하며 콩쿠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 콩쿠르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며 오직 피아노만을 심사하는 콩쿠르예요. 폴란드 작곡가이자 천재 피아니스트 쇼팽(1810~1849)을 기리자는 취지이지요. 예선·본선에서 쇼팽이 쓴 작품만 쳐야 하기 때문에 조성진도 약 9개월간 쇼팽의 곡만 연주하며 쇼팽처럼 살았대요. 역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는 거의 모두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했다고 해요. 1927년 1회 우승자인 러시아의 레프 오보린을 비롯해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년), 리윈디(2000년)가 대표적이지요.
◇'퀸 엘리자베트'는 성악 등 4개 분야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는 바이올린·피아노·작곡·성악 네 분야를 심사하는 콩쿠르예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데, 벨기에 왕비 엘리자베트가 후원했던 이자이 콩쿠르가 발전해 1951년부터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로 열리고 있지요.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는 작곡 ·바이올린·성악·피아노 부문이 해마다 번갈아가며 열려요. 역시 3대 콩쿠르에 속하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작곡이 빠지고 첼로가 더해져 바이올린·피아노·첼로·성악 네 분야의 음악가들이 실력을 겨뤄요. 1958년에 시작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를 기념하기 위해 그가 태어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4년마다 열리고 있지요.
- ▲ 0(사진 왼쪽)지난 2012년 열린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가 기량을 뽐내고 있어요. (사진 오른쪽)폴란드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작곡가·피아니스트 프레데리크 쇼팽.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 제공·위키피디아
혹시 여러분 중에 "나는 1등을 해본 적 없는데 어떡하지?"하고 걱정하는 친구들 있나요? 알프레트 브렌델이라는 피아니스트는 18살에 부소니 콩쿠르에서 4등으로 데뷔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남들이 연주하지 않는 곡 위주로 음반을 내면서 꾸준히 실력을 연마했다고 해요. 그렇게 자신만의 팬을 늘려간 브렌델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었어요. 꼭 1등을 해야 한 분야의 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묵묵하게 자신의 영역에서 노력하는 것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지요.
조성진보다 앞서 우승한 쇼팽 콩쿠르 역대 수상자(마우리치오 폴리니·마르타 아르헤리치·크리스티안 지메르만)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요? 젊은 나이에 쇼팽의 곡을 세계에서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이 된 이들은 쇼팽의 곡만 고집하는 대신, 독일·프랑스의 다른 작곡가의 곡도 연구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어요. 그래서 지금은 모두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지요.
▲23일자 A30면 '콩쿠르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기사의 사진 설명 중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주'를 '3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