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이야기] 나의 기쁨 안에는 '善·惡'이 같이 산다
입력 : 2015.10.22 03:07
성리학자, 내면의 선한 본성 드러내는 방법 생활 습관 통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생각
어릴 때부터 감정 다스리는 훈련 중시했어요
얼마 전 아이들 손에 이끌려 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만화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 작품에서 말하는 내용이 제가 연구하는 학문인 유교, 그 가운데 성리학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사이드 아웃'에는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버럭이(anger·화남), 까칠이(disgust·혐오), 소심이(fear·두려움) 등 다섯 가지 캐릭터가 등장해요. 성리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의 일곱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이들을 한데 묶어 칠정(七情)이라고 불렀어요.
'인사이드 아웃'에는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버럭이(anger·화남), 까칠이(disgust·혐오), 소심이(fear·두려움) 등 다섯 가지 캐릭터가 등장해요. 성리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의 일곱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이들을 한데 묶어 칠정(七情)이라고 불렀어요.
- ▲ 영화‘인사이드 아웃’의 등장인물들이 상징하는 5가지 감정에 사랑과 욕망을 더하면 성리학이 말하는 인간의 7가지 감정이 된답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서구의 많은 학자는 인간의 감정이 태어날 때 백지(白紙)상태라고 믿었어요. 어른들한테 배우거나, 스스로 경험하고 학습함으로써 점차 감정을 갖춰나가게 된다고 본 것이죠. 이후 생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인간의 감정에 관한 정보들이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어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슬픔과 분노, 두려움과 즐거움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거예요.
서구에서는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비로소 밝혀진 사실을 놀랍게도 동양의 성리학자들은 진작 알고 있었답니다. 제가 영화를 보고 반가웠던 것은 이 때문이었어요.
얼마 전 어떤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지나가던 시민을 죽게 만든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죠. 가해 학생들은 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낙하 실험을 직접 해보기 위해 벽돌을 던졌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책으로 배운 내용을 실제로 확인한다는 마음에 기쁜 마음으로 벽돌을 던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쁜 마음은 다른 사람을 죽게 하는 극단적 악행의 원인이 되고 말았어요. 기쁜 마음으로 했다고 해서 그것을 항상 착한 감정이라고 말할 순 없는 거예요.
- ▲ /그림=정서용
이처럼 인간이 타고난 감정이 선하거나 악할 수 있기에 성리학자들은 어릴 때부터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어른들을 공손하게 대하는 것을 쇄소응대(灑掃應對)라고 하는데요. 성리학자들은 이런 기초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어린이들이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마당에 물을 뿌리고 비질을 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구정물이 옷에 튀기도 하겠지요. 그럴 때마다 어린이들은 욱하는 마음을 먹는 대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성리학자들은 어린이들의 내면에 착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주입식 훈육보다는 내면에 잠재된 선한 본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이끄는 방식으로 교육했지요. 요즘 인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성리학자들이 중시한 감정교육이 요즘으로 치면 인성 교육인 셈입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성리학의 내면(인사이드)을 끄집어내는(아웃) 뒤집기 작업을 하다 보면, 현대의 우리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영감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