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그림으로 보는 자연] 가을 되면 붉게 물드는 여뀌바늘, 습한 곳이라면 어디든 잘 자라

입력 : 2015.10.15 03:09

울긋불긋 단풍이 온 나라를 물들이고 있어. 단풍놀이를 벌써 다녀왔거나, 혹은 곧 가려고 가족들과 계획을 짜는 친구들도 있을 거야. 가을엔 뭐니 뭐니 해도 단풍 구경이 최고야. 나뭇잎만 단풍이 들고, 풀은 누렇게 마르기만 하는 걸까? 아니야. 여뀌바늘은 이맘때 잎과 열매가 모두 붉게 물들어. 여뀌바늘이 우거진 곳은 가을 산처럼 단풍이 고와.

여뀌바늘 이름은 모양 그대로 지어진 거야. 잎은 여뀌를 닮고, 열매는 바늘처럼 길쭉하거든. 반지르르 윤이 나는 잎은 가을 들어 끝부터 점점 붉은빛이 물들다가, 벼를 벨 때쯤 아주 붉어져. 골이 져 있는 네모진 줄기도 붉은빛이 돌아. 그러니 이맘때 여뀌바늘은 활활 불붙는 것 같단다!

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풀' 책 속 일러스트
그림=김혜경(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풀')
여뀌바늘이란 이름이 낯설다고? 생긴 모양을 보면 "아, 언젠가 본 적 있다!"고 외치게 될걸. 그만큼 논 주변, 개울이나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지. 하지만 이름을 알기 전에는 자주 봤어도 한낱 '잡초'일 뿐이었을 거야. 풀은 누가 특별히 돌보거나 키우지 않아도 잘 자라는 게 많은 데다, 그 종류까지 어마어마하게 많아. 그러니 보통 사람들은 이름을 모르는 풀이 아는 풀보다 많을 수밖에. 그래서 대충 모르면 다 '잡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 이름을 모르는 건 괜찮아도 그저 '잡초'라고 무시하면 곤란해. 풀들은 저마다 다른 생김과 자연에서의 쓰임을 지니며 매우 오랜 세월을 번식하며 살아왔거든.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도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이 지구에서 잘 적응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니?

여뀌바늘도 그래. 키가 30~60㎝쯤 되고,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흔한 풀이야. 물기가 있거나 축축한 곳이라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풀이지. 잎은 여뀌를 닮았는데, 여뀌는 여뀌바늘보다 더 자주 볼 수 있는 풀이야.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여뀌'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어도 못 본 사람은 거의 없을걸! 여뀌는 줄기와 잎이 길쭉한 풀로, 물가에서 진짜 많이 보이거든. 그렇지만 여뀌는 마디풀과이고, 여뀌바늘은 바늘꽃과야. 서로 친척이 다르지.

여뀌바늘꽃은 8~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붉은 꽃대 끝에서 하나씩 피어. 노란색 꽃잎 4장, 꽃잎 사이로 보이는 꽃받침 4장, 꽃 한가운데 오뚝이 서 있는 수술도 4개야. 암술은 수술 가운데 딱 하나 있지. 꽃은 기다란 씨방 끝에 한 송이씩 피는데, 하루 동안 피었다가 져. 꽃이 지면 씨방이 그대로 길게 자라 열매가 돼. 씨방에는 누운 털이 나 있어. 풀을 관찰하면 보송보송 털이 나 있는 것이 참 많아. 여뀌바늘 열매는 9~11월에 익어. 열매 속에는 깨알보다 작은 씨앗이 차곡차곡 들어 있어.

여뀌바늘은 한해살이풀이야. 4~5월 봄철에 쏙 싹이 나와서 한 해만 살고 씨를 뿌린 뒤 이듬해 새롭게 다시 자라기 시작하지. 곰곰 생각해 보면 여뀌바늘은 참 대단해. 작은 꽃은 하루만 지나도 지고, 논둑에 자라는 걸 농부가 들어 올리면 뿌리가 쉽게 뽑히고, 딱 한 해만 사는데도 이렇게 잘 자라니 말이야.

박윤선·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