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느려도 괜찮아요… 나만의 페이스 찾아봐요

입력 : 2015.10.15 03:09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은 무엇이었나요? 대부분 "빨리 일어나!"일 거예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 "빨리 씻어라!" "어서 먹어라!" "서둘러 출발해라!"라는 말이 쏟아지지요. 집을 나서고도 '빨리빨리' 서두를 일이 참 많아요. 물론 어떤 일을 서둘러 마치면 하고 싶은 다른 일을 더 할 수 있고, 남는 시간을 편하게 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모든 일을 다 재빠르게 하기는 어렵지요. 책 읽기는 빠르지만 달리기는 느린 친구도 있고,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지만 밥 먹기는 느린 친구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천천히, 느리게 한다고 꼭 못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를 실천하는 귀여운 도마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요.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천천히 도마뱀'이 살고 있었어요. 친구들은 다들 천천히 도마뱀을 '느림보'라 불렀지만, 자신은 그저 천천히 할 뿐이라며 싱긋 웃었지요. 다들 색종이를 다 접고 멋진 작품을 자랑할 때에도 '천천히 도마뱀'은 여전히 꼬무락거리며 색종이를 접어요. 하지만 많이 못 접어도 괜찮아요. 천천히 반듯하게 접은 작품을 보고 오히려 다들 부러워할 수도 있답니다. '천천히 도마뱀'은 책도 천천히 읽어요. 장면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그려 보면서 읽기 때문이에요. 물론 천천히 읽으면 여러 권을 읽었다고 친구들에게 으스댈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 권을 읽더라도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음미할 수 있고, 소소한 내용까지도 꼼꼼하게 읽을 수 있지요. 또 천천히 읽으면 오래 기억하는 데에도 도움이 돼요.

웅진주니어 '천천히 도마뱀' 일러스트
웅진주니어 '천천히 도마뱀'

'천천히 도마뱀'은 피아노도 천천히 쳐요. 천천히 연주하면 음표 하나하나에 쫓기지 않고 내 마음을 오롯이 실어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렇게 음악에 마음이 담겨야 연주도 훨씬 아름답고, 듣는 사람들이 더 깊은 감동을 할 수 있답니다. '천천히 도마뱀'은 밥도 천천히 먹어요. 한 입 한 입 꼭꼭 씹어 먹으면 맛도 섬세하게 음미할 수 있고 소화도 잘 되어서 좋아요. 허겁지겁 빨리 먹으면 원래 먹고 싶었던 양보다 더 많이 먹게 되곤 하는데, 천천히 먹으면 적당히 배가 부를 때 딱 기분 좋게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천천히 도마뱀'은 산책도 천천히 해요. 바삐 걸으면 목적지에는 빨리 닿을 수 있지만, 달팽이가 꾸물꾸물 기어가는 귀여운 모습이나 색색의 나뭇잎이 포르르 내려앉는 우아한 모습은 놓치기 쉬워요. 그리고 여유롭게 산책하다 보면 구름이 강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멋진 모습까지도 구경할 수 있어요. 또 천천히 걸으며 깊은숨을 들이쉬면 마음마저 편안해진답니다. 이 바쁜 세상에서 '천천히 도마뱀' 혼자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 같다고요? 비가 오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에는 '천천히 도마뱀'도 잽싸게 움직일 수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천천히 도마뱀'처럼 늘 여유를 가진다면 누구나 매 순간, 모든 일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어떤 일을 빨리 해내면 마치 능숙하게 잘하는 것같이 보이기는 해요. 그래서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은 친구들이 주로 허둥지둥 서두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빨리빨리 안 될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기 쉬워요. 하지만 이렇게 짜증을 내다 보면 친구끼리 다투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혹시 내 친구가 짜증을 내려 한다면, 친구의 짜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마음속으로 천천히 수를 세면서 기다리면 도움이 된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서로 기분이 모두 한결 나아질 거예요. 마치 신기한 마술처럼 말이지요.

[부모님께]

매일 서두르며 하는 일이 누구나 한 가지씩 있지요. 그중 한 가지를 골라 자녀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차근차근 해 보세요. 모르고 지나쳤던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방민희·서울 관악초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