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정조 임금이 한강진 나루에 '배다리' 만든 이유는?

입력 : 2015.10.08 03:08 | 수정 : 2015.10.14 10:05
한강진 나루(지금의 용산 지역에 있었던 나루터)에서 한 아이가 눈물을 참고 있어요. 칠복이라는 이름의 소년이에요. 칠복이는 아버지가 강 건너 멀리 떠나기 때문에 배웅을 나온 거예요. 아버지는 강 건너 수원으로 성 짓는 일을 하러 가야 한대요. 아버지를 태운 돛단배가 강을 다 건널 때까지 칠복이는 포구를 떠나지 않았어요. 이후 여러 달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느 날 한강진 나루에 수십 척의 배가 들어왔습니다. 칠복이의 아버지를 태운 배일까요?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포구로 몰려갔어요. 칠복이도 어른들을 따라 포구로 나가보았습니다.

관리들이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배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란히 붙어 서기 시작했어요. 진기한 광경이었죠. 뱃사공들은 나란히 선 배를 서로 묶기 시작했어요. 뭘 하려는 걸까요?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정조 임금이 한강진 나루에 '배다리' 만든 이유는?
/웅진주니어 '배다리는 효자 다리'
그날 이후 칠복이는 배를 구경하러 날마다 포구에 갔어요. 어느새 나란히 붙은 배들은 강 건너편까지 닿아 있었어요. 그리고 그 위에는 널따란 소나무 판자가 깔렸답니다. 그러고 보니 마치 강 위에 길게 판자길이 생긴 것 같았어요. 어머니는 그게 '배다리'라고 했어요.

칠복이는 저 배 위를 뛰어가면 금방 강을 건널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날엔 사람들이 판자 위에 모래와 황토를 가져다 잘 펴서 흙길을 만들었어요. 배다리 양옆으론 난간도 만들었어요. 멋진 오색 깃발도 꽂고 다리 중간에 붉은색 문도 세 개나 세웠답니다.

칠복이는 배다리가 완성되면 한달음에 달려서 아버지한테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 배다리를 건너면 안 된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임금님이 먼저 강을 건너야 한다는 거예요. 배다리는 정조 임금님께서 수원 화성 가시는 길을 편하게 하려고 만든 거래요. 임금님은 배다리를 건너 수원 화성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임금님의 아버지 묘소도 들르실 거래요. 임금님께서 무사히 건너시면 칠복이도 마을 사람들도 배다리를 건널 수 있을 거래요. 그러고 보니 임금님도 칠복이처럼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배다리를 건너시는 거네요.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정조 임금이 한강진 나루에 '배다리' 만든 이유는?
/웅진주니어 '배다리는 효자 다리'
배다리는 배로 만든 다리라서 배다리예요. 옛날에는 한강처럼 큰 강을 건너는 긴 다리가 없었어요. 배를 타고 건너면 되지만 임금님은 아주 귀한 사람이라서 자칫 사고로 물에 빠지시면 큰일이지요. 그래서 배들을 엮어 긴 배다리를 만들어 임시로 사용했답니다. 배로 만들다 보니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다리지만 임금님이 건너는 다리라서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배다리는 고려 때부터 만들었지만 가장 유명한 건 정조 임금님이 만든 배다리였어요. 칠복이가 본 배다리가 바로 1795년 정조 임금님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다리였답니다. 이때 약 6000명의 사람이 임금님과 함께 배다리를 건넜다고 해요. 정말 어마어마하죠?

해마다 10월이면 정조 임금님이 화성을 세운 걸 기념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리고 있어요. 오늘(8일)이 바로 화성문화제 시작일이에요. 화성문화제에 가면 불꽃놀이와 민속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지만 가장 인기 있는 건 정조 임금님의 행차를 재연한 '정조대왕 능행차'랍니다. 게다가 내년엔 화성 축성 220년을 기념해서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화성까지 이동을 재연한다고 해요. 그래서 내년엔 정조 임금님과 칠복이가 건넜던 배다리도 다시 만들어진답니다. 우리도 직접 건너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부모님께]

오늘(8일)부터 일요일(11일)까지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립니다. 정조대왕 능행과 화성 깃발 싸움, 화성 축성 체험, 화성 행궁 체험 같은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수원화성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문화 행사에 참여하시고 수원화성에 얽힌 정조와 사도세자, 정약용 등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태화 어린이 콘텐츠 개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