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신과 악마 넘나드는 고양이, 예술가를 자극하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고대 이집트서 신처럼 숭배된 고양이 여신 '바스트'
중세 시대엔 야행성인 특성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작품에 나타내
인간과 친하지만 쉽게 길들지 않아 예술가 따라 양면적으로 표현돼요
- ▲ 작품 1 - 이집트 고양이 모양 청동상, 기원전 600년 이후, 브리티시뮤지엄 소장.
개와 더불어 대표적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한 개와는 다른 특성이 있어요. 길들지 않은 야성을 간직하고 있는 데다 행동도 이중적이죠. 제멋대로 행동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합니다. 인간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이라는 양면성은 고양이만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지요.
인류 역사상 고양이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민족이 있어요. 바로 고대 이집트인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신처럼 숭배했어요. 고양이가 죽으면 인간처럼 장례를 지냈고 미라도 만들어 주었어요. 심지어 고양이 모습을 그림이나 조각상에 담아 기념하기도 했어요. 작품 1의 청동으로 만든 고양이는 한눈에 보아도 고귀한 존재로 보이네요. 마치 왕족이나 귀족처럼 황금 귀걸이와 코걸이, 은 목걸이를 하고 있거든요. 금과 은으로 몸을 장식한 이 고양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에요. 바스트(Bast)라고 불리는 신성한 고양이입니다. 바스트는 풍요와 다산, 모성애를 상징하는 여신이었어요.
고양이를 여신으로 숭배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건강한 암고양이는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임신하고 한 번에 새끼를 3~6마리 낳는다고 해요. 번식력이 매우 왕성한 동물이라는 특성이 고양이 여신이 탄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한 해 동안 수확한 소중한 농작물을 쥐로부터 지켜주는 역할도 했어요.
고양이 청동상은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가 종교의 대상이자 현실적으로도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고대의 고양이는 신성한 존재로 숭배 대상이었지만 중세에는 악마적 특성이 있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어요. 왜 고양이가 악을 상징하게 되었을까요?
고양이 눈은 빛의 밝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고 어둠 속에서 유난히 번쩍거려, 보고 있으면 섬뜩한 느낌이 들죠. 주인에게 반항하거나 몰래 사라지는 경우도 많죠. 학자들은 야성을 간직한 데다 교활하고 야행성인 고양이 특성이 악마적 요소와 연결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화가 테오필 알렉상드르 스텐랑의 작품 2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요.
- ▲ (왼쪽 사진)작품 2 - 테오필 알렉상드르 스텐랑, 검은 고양이 카바레 재개장을 알리는 포스터, 1896. (오른쪽 사진)작품 3 - 변상벽, 묘작도, 조선 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고양이라는 이름의 카바레를 홍보하는 포스터입니다. '카바레 고양이'는 도시민에게 인기가 무척 많은 장소였어요. 당시 카바레에서는 오늘날과 달리 시 낭송, 곡 연주, 공연이 열렸어요. 프랑스 시민은 카바레에서 음식과 술, 음료를 마시면서 문화 예술을 즐겼어요. 고양이라는 이름은 추리소설의 창시자라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에서 따온 겁니다. 소설 속에는 불길함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검은 고양이가 나옵니다. 검은 고양이는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악마성과 광기를 상징하지요. 이 그림은 19세기 예술가들도 검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유연한 몸과, 먹잇감을 덮칠 때 나타나는 다양한 행동은 예술가들의 창작혼을 자극했어요.
고양이의 생태적 특성에 매혹당한 대표적 화가는 조선 최고 동물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변상벽입니다. 작품 3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해요. 한 마리는 민첩한 동작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다가 잠깐 멈춘 채 나무 아래에서 자기를 올려다보는 고양이와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어요. 이 두 마리는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참새 여섯 마리를 잡을 방법을 눈빛으로 주고받는 것 같아요. 이 그림은 고양이의 해부학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의 구부러진 등과, 긴장된 순간에 꼬리를 흔드는 습관, 신비롭게 빛나는 고양이 눈 등 신체 구조와 심리 상태까지도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림에 표현했거든요. 18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정물화가로 평가받는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도 고양이의 신체적 특성을 그림에 실감 나게 표현했어요.
- ▲ 작품 4 - 장 시메옹 샤르댕, 가오리, 18세기 경.
작품 4의 탁자 위에 놓인 굴 껍데기를 밟고 서 있는 고양이를 보세요. 등을 활처럼 둥글게 구부리고 털을 빳빳이 세웠네요. 또 눈을 크게 뜨고 입은 좌우로 벌려 이빨을 드러내고 있어요. 고양이가 몸을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행동하고 으르렁거리는 것은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겁니다. 고양이는 왜 공격적 행동을 하는 걸까요? 주방 탁자 위에 놓인 생선 때문이죠. 물고기의 맑은 눈, 투명한 비늘과 지느러미, 아가미는 무척 싱싱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선처럼 느껴져요. 샤르댕은 그림 속 생선이 신선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생선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 분위기를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고양이가 위협적 행동을 하는 장면을 그린 겁니다.
최근 사람 성격에 맞는 반려동물을 선택하면 심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내향적이고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분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성격을 분석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