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쉼터·먹을거리 제공하며 철새들의 겨울나기 돕죠
입력 : 2015.10.01 03:08
- ▲ 그림=김혜경(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풀')
연못이나 늪의 얕은 곳에서 자라는 큰매자기는 매자기랑 비슷한데 더 크다고 큰매자기야. 키가 1미터도 넘는 것들이 많으니까 꽤 크지? 진짜 재미난 건 줄기가 세모꼴이란 거야. 정말이야. 뾰족뾰족 각이 선명한 세모라니까. 곧게 뻗은 줄기 단면이 세모꼴인 건 사초과 식물의 특징이야. 다음에 사초과 식물을 만나면 가까이 가서, 반들반들한 세모꼴 줄기를 한번 만져 보렴.
사초과 식물은 땅속에서 줄기가 길게 자란, 흔한 풀 모양이라고 할 수 있어. 얼핏 보면 벼처럼 생겼는데, 한해살이풀인 벼와 달리 사초과 식물은 여러해살이풀이야. 사초과 식물은 전 세계에 퍼져 있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그 종류가 3500종이나 돼. 우리나라에도 170여 종이나 자라. 어휴, 비슷한 풀 종류를 어떻게 다 구별해 내느냐고? 맞아, 전문가들에게도 사초과 식물은 몹시 어려워. 다만 기억할 것은, 비슷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나 다양하고 서로 다르다는 점이야.
큰매자기는 7~10월에 황토빛 꽃이 피어. 우산을 바닥으로 향하고 폈을 때 우산살 모양 있지? 그 끝에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면 돼. 꽃이 진 뒤엔 1~2㎝정도의 이삭이 1~4개쯤 달려. 이삭에는 벼나 보리 겉껍질에 붙은 수염처럼 까락이 있어. 이삭이 막 달렸을 무렵 껍질을 까 보면 씨앗이 반질반질 연둣빛이야. 이때는 아주 작지만, 액세서리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을 만큼 예쁘고 깜찍해. 전체적인 모양은 끝은 좀 뾰족하고 아래쪽은 동글동글 통통한 삼각뿔 모양이야. 그러다가 점점 짙은 갈색으로 익어 가.
큰매자기 뿌리는 길게 가로로 뻗어. 그러다 덩이 모양의 단단한 덩이뿌리가 몇 개씩 달려. 감자나 고구마 같은 걸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 큰매자기 덩이뿌리는 지름 3~4㎝쯤 되는데, 이걸 가을에 캐서 먹거나 약으로 쓰기도 해. 요즘 사람들은 이걸 잘 먹지 않아. 하지만 식물들이 꼭 사람들의 먹을거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덩이뿌리는 겨울 철새들에게 아주 좋은 먹을거리야. 영양분이 아주 많거든. 철새들은 대개 먼 거리를 이동하니까 잘 먹어두는 게 중요해.
큰매자기를 비롯해 연꽃, 갈대, 부들, 줄, 미나리 등 물풀들이 하는 중요한 역할이 또 있어. 바로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거야. 물가 가까이 혹은 얕은 물 속에서 자라는 물풀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해. 뿌리가 항상 물속에 잠겨 있어도, 또 추운 겨울 얼었다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썩지 않고 잘 살아남아. 줄기가 나무처럼 굵은 것도 아니면서, 보기엔 약해 보여도 알고 보면 꽤 강한 식물인 게지. 물풀들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물속에 공기를 공급해 주며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또 물가 흙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뿌리로 지탱해 주는 역할도 하지. 그 덕분에 철새들은 살아갈 터전을 잃지 않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