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쉼터·먹을거리 제공하며 철새들의 겨울나기 돕죠

입력 : 2015.10.01 03:08
큰매자기 일러스트
그림=김혜경(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풀')
두루미, 청둥오리, 큰기러기, 흑두루미, 황새, 물때까치…. 이 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을에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북쪽으로 떠나는 겨울 철새들이란 거야. 겨울 철새들은 먹이를 구하기 쉬운 갯벌, 연못이나 습지, 강가나 냇가 가까이에서 주로 지내. 이때 겨울까지 남아 있는 물풀들은 겨울 철새들이 둥지를 틀거나, 몸을 숨기고, 쉬는 데 큰 도움이 돼. 그래서 큰매자기가 우거진 숲 속에는 새들이 많아.

연못이나 늪의 얕은 곳에서 자라는 큰매자기는 매자기랑 비슷한데 더 크다고 큰매자기야. 키가 1미터도 넘는 것들이 많으니까 꽤 크지? 진짜 재미난 건 줄기가 세모꼴이란 거야. 정말이야. 뾰족뾰족 각이 선명한 세모라니까. 곧게 뻗은 줄기 단면이 세모꼴인 건 사초과 식물의 특징이야. 다음에 사초과 식물을 만나면 가까이 가서, 반들반들한 세모꼴 줄기를 한번 만져 보렴.

사초과 식물은 땅속에서 줄기가 길게 자란, 흔한 풀 모양이라고 할 수 있어. 얼핏 보면 벼처럼 생겼는데, 한해살이풀인 벼와 달리 사초과 식물은 여러해살이풀이야. 사초과 식물은 전 세계에 퍼져 있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그 종류가 3500종이나 돼. 우리나라에도 170여 종이나 자라. 어휴, 비슷한 풀 종류를 어떻게 다 구별해 내느냐고? 맞아, 전문가들에게도 사초과 식물은 몹시 어려워. 다만 기억할 것은, 비슷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나 다양하고 서로 다르다는 점이야.

큰매자기는 7~10월에 황토빛 꽃이 피어. 우산을 바닥으로 향하고 폈을 때 우산살 모양 있지? 그 끝에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면 돼. 꽃이 진 뒤엔 1~2㎝정도의 이삭이 1~4개쯤 달려. 이삭에는 벼나 보리 겉껍질에 붙은 수염처럼 까락이 있어. 이삭이 막 달렸을 무렵 껍질을 까 보면 씨앗이 반질반질 연둣빛이야. 이때는 아주 작지만, 액세서리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을 만큼 예쁘고 깜찍해. 전체적인 모양은 끝은 좀 뾰족하고 아래쪽은 동글동글 통통한 삼각뿔 모양이야. 그러다가 점점 짙은 갈색으로 익어 가.

큰매자기 뿌리는 길게 가로로 뻗어. 그러다 덩이 모양의 단단한 덩이뿌리가 몇 개씩 달려. 감자나 고구마 같은 걸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 큰매자기 덩이뿌리는 지름 3~4㎝쯤 되는데, 이걸 가을에 캐서 먹거나 약으로 쓰기도 해. 요즘 사람들은 이걸 잘 먹지 않아. 하지만 식물들이 꼭 사람들의 먹을거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덩이뿌리는 겨울 철새들에게 아주 좋은 먹을거리야. 영양분이 아주 많거든. 철새들은 대개 먼 거리를 이동하니까 잘 먹어두는 게 중요해.

큰매자기를 비롯해 연꽃, 갈대, 부들, 줄, 미나리 등 물풀들이 하는 중요한 역할이 또 있어. 바로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거야. 물가 가까이 혹은 얕은 물 속에서 자라는 물풀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해. 뿌리가 항상 물속에 잠겨 있어도, 또 추운 겨울 얼었다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썩지 않고 잘 살아남아. 줄기가 나무처럼 굵은 것도 아니면서, 보기엔 약해 보여도 알고 보면 꽤 강한 식물인 게지. 물풀들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물속에 공기를 공급해 주며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또 물가 흙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뿌리로 지탱해 주는 역할도 하지. 그 덕분에 철새들은 살아갈 터전을 잃지 않을 수 있어.



박윤선·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