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교과서 여행] 통일 염원 담긴 곳… 가깝지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고향 땅'

입력 : 2015.09.16 03:11

[127]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제 얼마 후면 추석입니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 같이 한집에 모이죠. 할아버지·할머니가 계신 시골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표나 버스표를 사서 내려가는가 하면, 아빠·엄마 차를 타고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속도로를 뚫고 가기도 하죠.

그런데 명절날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과 새터민입니다. 6·25전쟁 때 고향을 떠난 실향민들은 지금은 모두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에요.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줄 알았던 집에 못 가고 기다린 지 벌써 65년이 넘었답니다. 그들이 명절날 찾아가는 곳 중 하나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입니다. 이곳 말고도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곳은 임진각 통일전망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등이 있어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서울에서 30분 거리로 가장 가깝답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3층에 설치된 망원경 사진
오두산 통일전망대 3층에 설치된 망원경. /임후남 제공

새터민들은 명절이 되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찾아가 철창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본다고 해요. 서울에서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있는 파주로 가는 길은 자유로라고 불려요. 한강을 낀 강변북로와 이어진 이 길은 행주대교 북단에서 임진강을 따라 북쪽의 임진각까지 이어진답니다. 자유로 강변에는 철조망이 쳐 있어요. 곳곳에 군인들의 초소도 있죠. 자유로는 남과 북의 경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실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세워진 것도 바로 통일에 대한 염원에서 비롯됐어요. 1992년 9월 문을 연 이곳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강 너머 북한 땅이에요. 날이 맑으면 이곳에서 멀리 개성까지 보인다고 해요. 이곳 통일전망대에서 북한까지 거리는 불과 약 2㎞. 수영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영으로 강을 넘어갈 수 있을 만한 거리라고 해요.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보고 있으면 남과 북으로 갈라져 고향을 가지 못한다는 게, 부모와 형제를 만나지 못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어요.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일대 사진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일대. /성형주 기자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북한의 모습도 볼 수 있어요.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인 이곳에는 북한군 초소를 비롯해 김일성 사적관, 인민문화관, 림한소학교, 탈곡장 등이 있어요. 농촌 문화 주택이란 이름의 3층짜리 아파트가 있는데 이것은 통일전망대가 들어서고 나서 남한을 의식해서 만든 것이라고 해요. 길은 모두 비포장도로, 자동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답니다. 특이한 점은 일반인의 모습을 잘 볼 수 없다는 것이에요. 이유는 남한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인 만큼 선전을 위한 목적으로 만든 마을만 있을 뿐,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이곳을 지키는 군인들만 산다고 해요.

3층에 있는 전망실에서는 바로 보이는 북한 땅을 보며 이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그 외 1층에는 개성공단홍보관, 통일염원실 등이 있고, 2층에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과 북한 관련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극장과 오늘날의 남북 관계 등을 알기 쉽게 전시하는 통일전시실 등이 있어요. 평화 통일을 염원하고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장소랍니다.

[1분 상식] 비무장지대(DMZ)란?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는 적대국의 군대 간에 발생할 우려가 있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설정된 곳으로서, 전쟁무기나 군사시설을 설치하지 않기로 약속된 지역입니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는 6·25전쟁 후 1953년 7월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됐는데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4㎞ 지대를 말합니다. 이곳은 철저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자연이 잘 보존돼 생태계 보고로 불리고 있어요. 비무장지대에는 남과 북 각각 한 개 마을을 두고 있는데 남쪽에는 ‘자유의 마을’로 불리는 대성동 마을이, 북쪽에는 기정동 마을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인 만큼 유엔(UN)의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답니다.

임후남·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