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같은 라면도 물의 '끓는점' 이용하면 더 맛있다

입력 : 2015.09.15 03:08

과학적 원리 요리에 적용하면 같은 재료로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어
면보다 수프 먼저 넣고 라면 끓이면 물 농도 진해지며 끓는점 높아져
면 빨리 익고 양념 골고루 스며들어

요즘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예요. 그런데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어요. 그것은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요리하기' 등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매우 일상적인 재료로 만드는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죠.

여러분, 직접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넣고 밥을 지어 본 적이 있나요? 그럼 부모님이 해 주신 밥과 여러분이 지은 밥의 맛이 달랐던 경험을 해 보았을 거예요. 분명히 쌀도 같은 통에서 펐고, 똑같이 전기밥솥을 이용했는데 왜 그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요? 그 차이는 바로 쌀과 물의 비율 때문에 나타난 거예요. 물이 부족하면 쌀은 덜 익어 딱딱해지고, 물이 많으면 죽처럼 퍼지니까요. 이처럼 밥 하나도 짓는 방식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듯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도 다른 맛을 나타낼 수 있지요. 그래서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과학적 지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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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서용

요리를 하는 데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요? 사실 알고 보면 요리는 과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요리가 다양한 재료를 섞고 익히는 등의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나요. 그래서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경험을 통해 아주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거나 만들 수 있지요. 요리는 다양한 음식 재료를 이용한 실험이며 모두 과학적인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요.

라면은 대중적이면서도 누구나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예요. 같은 종류의 라면은 기계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제품 속 내용물의 양과 종류가 같아요. 하지만 라면 역시 누가 끓였는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지요. 그렇다면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우선 라면 면발이 꼬불꼬불한 이유부터 알아볼까요?

라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편의성이라 할 수 있어요. 물과 불,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그릇만 있다면 누구나 조리를 할 수 있고, 완성되는 속도 또한 빠르지요. 여기에는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발이 큰 역할을 해요. 라면의 면은 밀가루 국수를 기름에 튀겨 만들었어요. 밀가루 국수를 튀기면 국수 속 수분이 증발하고 국수는 익으면서 속에 미세한 구멍들이 생기는데, 이 상태로 건조한 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구멍에서 물을 빠르게 빨아들이며 원래 상태로 풀어지게 되지요. 이것은 휴지나 스펀지가 물을 빠르게 흡수하고, 숯이 공기 중 이물질을 빠르게 빨아들이는 원리와 같아요. 그리고 면이 꼬불꼬불하면 직선으로 뭉쳐놓았을 때보다 물이 공간 사이사이로 통과하게 되어 라면을 더욱 골고루 적실 수 있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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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면이 꼬불꼬불하면 많은 장점이 있어요. 짧아 보이는 스프링도 잡아당겨 보면 매우 길게 늘어나는 것처럼 면이 꼬불꼬불하면 매우 긴 면발을 끊어지지 않게 넣는 것이 가능하지요. 그래서 라면 하나에 들어가는 면발의 길이는 약 40~50m나 된답니다. 또한 면이 꼬불꼬불하면 면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고, 직선인 면발보다 젓가락을 사용하여 집어 들기가 편해요.

라면을 끓일 때 면과 수프 중 어떤 것을 먼저 넣는 것이 좋을까요? 어차피 물에 넣는 것은 똑같은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큰 차이가 있어요. 여기에는 용액의 농도에 따른 끓는점의 변화 원리가 적용돼요. 용액은 농도가 진할수록 더 높은 온도에서 끓게 되는데, 예를 들어 물의 끓는점은 상온에서 100도이기 때문에 맹물은 아무리 끓여도 100도를 넘지 못해요. 하지만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넣으면 물의 끓는점이 높아져 10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요. 면은 높은 온도에서 끓였을 때 더 쫄깃해요. 그 이유는 면이 빠르게 익어서 수분이 면발에 스며들어 퉁퉁 붇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지요. 즉, 수프를 먼저 넣으면 물의 끓는점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수프도 골고루 퍼져서 면발을 넣었을 때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할 수 있어요.

뚜껑을 닫고 끓이는 것과 열고 끓이는 것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뚜껑을 닫으면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어 물의 온도가 더 빨리 올라가요. 또한 뚜껑을 닫으면 용기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지요. 압력이 높아도 끓는점이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높은 산지에서 밥을 해 먹으면 설익는 이유는 낮은 기압으로 물이 얕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인데, 뚜껑을 밀착하여 압력을 높이는 압력밥솥을 사용하면 맛있게 익힐 수 있지요. 가마솥 뚜껑이 무거운 이유도 이와 같아요. 하지만 익히는 시간이 중요해요. 적당한 시간을 놓치면 물이 스며들어 불어버리는 시간도 빨라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뚜껑을 닫고 끓이다가 완전히 익기 전에 뚜껑을 열고 집게나 젓가락을 이용해 면을 들었다 놓았다 해 주는 것이 좋아요. 뜨거운 면을 공기와 마찰시켜주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낮아지며 표면이 수축하기 때문에 잘 익었으면서도 쉽게 불지 않고, 쫄깃한 식감까지 느끼게 해 준답니다.

어떤가요? 간단해 보이는 라면 끓이기에도 다양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요? 새로 알게 된 지식을 활용해 직접 라면을 끓여본 친구들은 그 신기함을 맛으로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밤에 라면과 같은 짠 음식을 먹고 나면 다음 날 몸이 붓는 현상이 일어나기 쉬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풀이: 짠 음식에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는데, 나트륨은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서 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해요. 몸이 붓는 것은 바로 수분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우유에는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슘과 칼륨 성분이 풍부해요. 그래서 라면을 끓일 때 우유를 넣으면 몸이 붓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답니다.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5학년 2학기 '용해와 용액'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