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그림으로 보는 자연] 점점 보기 어려운 여름 철새, 곤충 풍부한 곳 찾아 떠난 걸까

입력 : 2015.09.10 03:08
제비 일러스트
그림=김재환(호박꽃‘내가좋아하는 새’)

지난 화요일은 백로였어. 백로는 목이 긴 하얀 새 이름 아니냐고? 한글로 쓰면 똑같지만, 여기서 말하는 백로(白露)는 '하얀 이슬'이란 뜻의 절기를 말해. 이때쯤이면 밤 기온이 쌀쌀해져서 풀잎에 이슬이 맺히거든. 이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단 뜻이야. 백로가 지나면,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고, 뭇 새들이 겨울을 나려고 먹이를 저장한다고 해. 봄에 날아왔던 제비가 돌아가는 강남은 어딜까? 서울시 강남구가 아니라, 중국 장강 남쪽이야. 장강은 세계에서 셋째로 긴 강으로 양쯔강이라고 부르기도 해.

제비는 이른 봄,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에서 겨울을 나고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야. 몸길이가 약 18㎝쯤 되고, 얼굴은 붉고 배는 희어. 등은 푸른빛 도는 검정이고, 꽁지 끝은 가위처럼 갈라져 있어. 예전에는 마을에서 제비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보기 어려워. 제비는 사람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살아가던 새였는데, 왜 그럴까? 제비는 이리저리 날쌔게 날아다니며 모기, 매미, 하루살이, 잠자리, 메뚜기 등을 잡아먹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대도시에는 모기나 하루살이는 있지만, 다른 먹이 생물이 별로 없어. 서울이라고 해도 산과 가까운 지역엔 모기와 잠자리가 많지만, 빌딩이 많은 지역엔 별로 없거든. 모기가 없으면 지내기 편하지만, 모기뿐 아니라 다른 생물들이 잘 살지 않는 환경이란 게 정말 사람에게 좋은 곳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제비는 2000년부터 서울시 보호종인데, 요즘엔 농촌에서도 보기 드물어. 논농사를 짓는 지역이라고 해도 농약을 많이 사용하면,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없기 때문에 제비가 살 수 없거든.

제비는 처마 밑에 둥지 짓는 걸 좋아해. 진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 튼튼하게 집을 짓지. 암컷 수컷이 번갈아 열심히 진흙을 물어 와서 지어. 진흙 군데군데 마른 풀을 섞어 갈라지지 않도록 해. 지난해 살았던 둥지로 다시 찾아와 고쳐 살기도 잘해. 처마 밑이라면 비도 피할 수 있고, 제비의 천적이 되는 구렁이나 까치, 쥐, 고양이를 피하기도 좋아. 사람들도 영특한 제비를 길조로 여겨, 집에 제비가 둥지를 틀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었어.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칠수록 풍년이 든다고도 믿었지. 하지만 대도시의 건물들은 제비가 둥지 틀 데가 마땅치 않아.

옛날 사람들은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올 거라고 생각했어. 습도가 높아지면 벌레들이 낮게 날기 때문에 제비도 따라서 낮게 날거든. 둥지를 지을 때는 진흙 때문에 땅에 내려앉지만, 그 외엔 거의 땅에 내리지 않아. 날아다니는 곤충을 날면서 잡아먹거나, 높이 날다가 스치듯 땅 위에 있는 먹이를 잡아채곤 하니까. 제비는 온종일 쉬지 않고 날아다녀. 몸집보다 날개가 크고 꽁지깃이 길어서 높게, 낮게, 빠르게 마음대로 날 수 있어. 공중에서 재주넘기도 잘해. '공중제비 넘는다'는 말은 그래서 생겼어.

 

박윤선·생태교육 활동가 |